英중동작전 해외기지서 '이란 간첩' 혐의 영국인 체포
'본토 공군기지 잠입' 친팔 단체는 테러단체 지정 방침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군의 대중동 작전 허브로 쓰이는 키프로스 공군 기지를 상대로 간첩 활동을 벌인 혐의로 영국인 1명이 체포됐다고 영국 및 키프로스 현지 매체들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프로스 당국은 전날 테러 및 간첩 혐의로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남성 1명을 체포해 구금 중이다. 영국 외무부는 이 남성이 영국 국적자라고 확인하면서 키프로스 당국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피의자는 키프로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를 정찰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아제르바이잔계이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키프로스 언론은 전했다.
키프로스 최대 일간 필레뉴스에 따르면 피의자는 아크로티리 인근 아파트에 살면서 거의 매일 기지 근처를 배회했으며 기지 인근에서 망원 렌즈를 단 카메라와 휴대전화 3대를 들고 관찰하고 있었던 것으로도 전해졌다.
아크로티리 공군기지는 영국군이 해외에 둔 최대 규모의 군사 시설로, 중동 작전 핵심 역할을 하는 곳이다.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에 쓰였던 유로파이터 타이푼 전투기, 공중급유기 보이저, 정찰기 섀도 등이 배치돼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최근 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 이후 중동으로 전투기 추가 배치를 지시한 만큼 타이푼 몇 대가 이 기지에 증파될 것으로 예상된다.
키프로스 매체들은 현지 경찰이 이번 간첩 용의자 체포에 영국 대외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과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지원을 받았다고 전했다.
기드온 사르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엑스(X·옛 트위터)에서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서도 "이스라엘 안보기관과 협력한 키프로스 안보 당국의 활동 덕분에 테러 공격이 저지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이 군사적으로 충돌하고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가운데 영국에서는 미국의 요청 시 영국이 군사 지원에 나설지 여부에 이목이 쏠려 있다.
다만, 21일 미국의 대이란 공습에 영국은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영국 방송 스카이뉴스가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연일 중동 사태의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친팔레스타인 단체인 '팔레스타인 행동'이 영국 옥스퍼드셔에 있는 브라이즈 노턴 공군 기지에 잠입해 공중급유기 보이저 2대에 페인트를 분사하는 일도 있었다. 이 단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학살을 저지르고 있으며 여기에 영국이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는 '팔레스타인 행동'을 테러 단체로 규정해 활동을 금지할 방침이라고 BBC 등 영국 매체들이 전했다.
이베트 쿠퍼 내무장관이 오는 23일 하원에 이를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서 테러 단체 지정은 의회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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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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