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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란 공격] '멍청한 전쟁' 피하겠다더니…트럼프의 '큰 도박'

연합뉴스

2025.06.2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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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약화된 기회 틈타 굴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미국의 중동 전쟁 계속 개입이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도
[美 이란 공격] '멍청한 전쟁' 피하겠다더니…트럼프의 '큰 도박'
이란 약화된 기회 틈타 굴복시킬 수 있다고 판단한 듯
미국의 중동 전쟁 계속 개입이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미군이 22일(현지시간)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공격토록 명령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영미권 주요 언론매체들은 '도박'(gamble)이라는 표현을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로서 선거운동을 벌일 때는 자신이 "평화중재자"가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특히 전임 대통령들이 중동 등 해외에서 "멍청한 끝없는 전쟁들"(stupid endless wars)을 계속 벌여왔다고 거듭해서 비판하면서 자신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고도 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이번 공격은 그와는 정반대 행동이다.
게다가 미국이 중동에서 노골적으로 군사력을 행사했다는 점에서, 빌 클린턴, 조지 워커 부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등 그의 전임자 4명이 의도적으로 자제해 왔던 행동을 감행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이 자칫하면 미국을 중동 전쟁에 본격적으로 끌어넣고 이 지역과 세계의 정세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란의 핵 야심을 현실로 만들어버릴 우려까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AP통신은 트럼프가 벌인 "큰 도박"으로 "위험한 순간"이 왔다며 미국이 중동 지역의 대규모 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적대적 국가의 핵 인프라를 공격하라는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그의 2기 임기 중 최대의 도박이며, 가장 위험한 도박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운명적 결정을 내림으로써, 트럼프는 전쟁에 대통령직을 걸고 도박에 나섰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영국 BBC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이스라엘 충돌의 심장부에 미국을 밀어넣었다"며 이번 공격이 "엄청나게 큰 도박"이라고 말했다.
NYT는 ▲ 중동에 배치된 미군 4만여명에 대해 이란이 어떤 보복공격을 하든 미국이 격퇴할 수 있고 ▲ 이란의 테러·인질납치·사이버공격 등을 방지할 수 있고 ▲ 이번 공격으로 이란 핵계획을 재건 불가능한 수준으로 파괴하는 데 성공했다는 데에 트럼프가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물질 농축 역량에 타격을 가한 데 이어 미국 공군의 B-2 스텔스 폭격기가 별다른 저항 없이 이란 영공을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이란의 방공망과 전쟁 수행 능력이 약화된 기회를 잡아 이란을 아예 굴복시켜버릴 수 있다는 판단으로 '도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WP는 "만약 이란이 충분히 약화되어서 의미 있는 보복을 할 수 없다면, 트럼프는 오랜 적국에 타격을 가한 것이 될 것"이라며 그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필요할 경우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중국, 러시아, 그리고 다른 글로벌 라이벌들에게 보내게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 전쟁에 미국이 본격적으로 참전하지는 않고 이란을 굴복시키겠다는 의향을 밝히고 있다.
이번 공격이 이란과 전쟁을 하겠다는 뜻은 아니라며 확전은 바라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이란이 미국에 보복공격을 할 경우 훨씬 더 큰 공격으로 대응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공격이 이란에 대한 "전쟁 선포"가 아니라 2011년 오바마 행정부가 오사마 빈 라덴을 제거할 때처럼 제한적인 '특수 작전'일 뿐이라고 동맹국들에게 설명하고 있다고 한 유럽 고위 외교관은 NYT에 전했다.
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인 3천명을 죽였지만 이란은 아직 핵폭탄을 만들지도 않았다고 이 외교관은 덧붙였다.
BBC 방송은 "대통령의 호기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란에서 계속 군사적으로 개입할 경우 미국과 지역과 세계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미국에 보복한다면 미국 측이 대응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일 수 있다며, 양측 모두 물러서기 곤란해지게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을 계기로 이란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제약이나 감시를 거부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탈퇴해 버리고 핵무기 개발에 나설 우려도 있다.
특히 이란이 레바논 헤즈볼라, 가자지구 하마스,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러시아와 중국과의 우호관계 등이 이란을 지키는 데에 별다른 힘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국가와 정권의 생존을 위해 오로지 핵무기 확보에 매달릴 가능성도 있다.
이란이 확보해 둔 핵무기 9∼10기 분량의 농축 핵물질 중 상당히 많은 양을 지난 16일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기 전에 '보안 장소'로 이미 옮겨둔 상태였다는 얘기도 이란 국영TV에 출연한 군부 인사로부터 나온 바 있다.
만약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란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로 감시를 받지 않고 핵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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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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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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