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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맞춤형 나토 정상회의…美 이란공습 현안 급부상(종합2보)

연합뉴스

2025.06.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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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요구 'GDP 5% 국방비' 구색 갖추기 급급…우크라는 후순위 나토, 트럼프·IP4 회동 뒤늦게 공지…李대통령은 불참
트럼프 맞춤형 나토 정상회의…美 이란공습 현안 급부상(종합2보)
트럼프 요구 'GDP 5% 국방비' 구색 갖추기 급급…우크라는 후순위
나토, 트럼프·IP4 회동 뒤늦게 공지…李대통령은 불참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 정상회의가 24∼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다.
미국의 '나토 홀대' 우려가 엄습하면서 '트럼프 비위 맞추기'가 사실상 회의의 목표가 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찌감치 후순위로 밀려났고, 회의 목전에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공습하면서 중동 정세가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나토에 따르면 회의 기간 트럼프 대통령과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인도·태평양 파트너 4개국(IP4)간 별도 회동이 예정됐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 트럼프 압박에 쥐어짜 낸 'GDP 5% 국방비' 구상
올해 핵심 의제는 새로운 국방비 지출 가이드라인이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32개국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직접 군사비 3.5%, 간접적 안보 관련 비용 1.5%, 총 5%를 지출하자는 새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달성 시점은 2032년 혹은 2035년이 거론된다.
직접 군사비만을 포함하는 현행 'GDP 2%' 목표치를 3∼3.5%로 증액한다는 공감대는 유럽 내부에서도 이미 있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위협이 커진 탓이다.
그러나 범주가 모호한 '안보 관련 비용'은 처음 등장한 개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GDP 5%' 요구에 맞추기 위해 고안됐다.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의 제레미 샤피로 연구원은 뉴욕타임스(NYT)에 "뤼터 사무총장 계획이 영리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랑할 만한 것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탈리 토치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 소장도 "(간접비) 1.5%는 비현실적이며 트럼프를 위한 홍보용 숫자"라며 "5%라는 마법 같은 숫자로 (트럼프의) 적대가 아닌 무관심이 보장된다 그것만으로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간접비를 포함하더라도 5%의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견해도 적지 않다.
2014년 합의된 가이드라인인 GDP 2%를 넘긴 나라는 작년 기준 아이슬란드를 제외한 31개국 중 23개국이다. 아이슬란드는 상비군이 없어 나토 공식 통계에서 제외된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 19일 뤼터 사무총장에게 GDP 5% 목표가 불합리하다면서 스페인을 적용 대상에서 빼달라고 촉구했다. 스페인은 지난해 국방비가 GDP의 1.24%로 가장 낮다. 이 비중이 낮은 이탈리아, 벨기에, 캐나다, 프랑스 등도 5% 달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나토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구색 갖추기용 합의'가 성사되더라도 이행을 강제할 수는 없다.

◇ 대폭 줄인 회의…트럼프 '돌발 행동' 우려 여전
이번 정상회의의 본회의는 둘째 날인 25일 2시간 30분간 한 차례 뿐이다. 지난해까지 본회의가 2∼3차례씩 열리던 것과 대조적이다.
본회의 외에 32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하는 공식 행사는 24일 네덜란드의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의 부부 동반 환영 만찬이다. 나머지는 부대 행사로 일정을 채웠다.
다자회의를 선호하지 않고 즉흥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해 회의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맞춤 일정'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6∼17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도중에도 급거 귀국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공동성명도 A4 한 장 분량, 다섯 문단으로 대폭 줄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때인 작년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44문단에 달했다.
회의 시간이 축약된 만큼 본회의에서는 최대 현안으로 급부상한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집중 논의될 전망이다.
이란이 미국에 보복할 경우 가장 유력한 목표물은 중동 내 미군 기지가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나토 5조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 중 한 국가가 공격을 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 다른 회원국이 공동 방어에 나설 수 있다. 다만 32개국 만장일치 동의가 필요하며 나토 창설 이래 5조가 발동된 건 9·11 테러 때가 유일했다.

돌발 상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미국 국방·국무장관이 나토 회의에서 그랬듯,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 면전에 미군 감축과 같은 발언을 할 수 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처럼 나토 동맹을 약화하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며 "덴마크와 캐나다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자국에 대한 영토 확장 야망을 다시 거론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해설했다.

◇ '美+IP4' 예정됐으나 李대통령 불참…우크라전은 뒷전
정상회의 일정표에 따르면 25일 오후 2시 30분 뤼터 사무총장과 트럼프 대통령, IP4 간 회의가 잡혔다. 이 일정은 애초 공개된 초안에는 없었다가 22일 오전 추가됐다.
시간상으로 보면 미국이 이란 공습을 감행했다고 발표한 이후다.
공식 일정을 대외에 공개할 때는 당사국 간 사전 조율을 거치는 게 관례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의 참석에는 변동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이 대통령이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다른 IP4 국가의 경우 일본·뉴질랜드 정상이 참석하고 호주는 부총리가 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사태로 막판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헤이그 방문 자체가 유동적이라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역대 나토 정상회의에서 미국 대통령 불참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번 회의에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회의에도 초청됐으나 본회의가 아닌 환영만찬에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까지 그의 참석 하에 열린 '나토-우크라이나 이사회'가 올해는 장관급으로 격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이 드라이브를 걸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대한 언급이 부쩍 줄어들었다.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바라는 대(對)러시아 추가 제재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올해 공동성명 문안 조율 과정에서 미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라고 요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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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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