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우크라이나 청소년이 러시아에 포섭되는 일이 잇따르자 정보 당국이 단속에 나섰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과 경찰은 올봄부터 전국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러시아 첩보요원의 접근을 피할 수 있도록 청소년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위장용 복면까지 쓴 군복 차림의 정보관이 강사로 나서 학생들에게 "우크라이나에선 14세부터 형사 처벌 대상"이라며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 처벌, 심지어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당국이 교육을 위해 만든 영상에는 자기도 모르게 러시아의 자살폭탄 테러범이 돼 사망한 10대 청소년과 같은 사례가 담겼다.
우크라이나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텔레그램이나 틱톡, 디스코드 같은 소셜미디어 앱을 통해 우크라이나 청소년들에게 접근, 물건 전달이나 발전소 촬영 등 비교적 단순해 보이는 일을 시키며 수백∼수천 달러를 제시한다.
상당수 청소년은 그저 쉽게 돈을 벌려고 이런 일에 발을 담갔다가 이 일을 폭로하겠다는 협박에 더 위험하고 복잡한 일까지 하게 된다고 한다.
SBU는 지난달 말 러시아 정보기관에 포섭돼 우크라이나에서 방화, 테러, 기물파손 등을 저지르거나 계획한 혐의로 600여 명이 기소됐다고 밝혔는데 4명 중 한 명꼴로 미성년자였다.
지난 5월에는 러시아에서 포섭을 시도했다며 신고한 미성년자가 50명에 달했다는 국영 매체 우크르인폼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SBU와 경찰이 하르키우에서 10대 청소년 여러 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온라인에서 모집된 '퀘스트 게임'에 참여한다고 생각하고 특정 표적의 사진과 영상을 찍고 정보를 염탐해 제공하는 등 임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가 이 정보를 활용해 하르키우 공습을 했다고 주장한다.
지난 3월에는 15세와 17세 청소년이 텔레그램에서 1천700달러(약 235만원)를 준다는 제안을 받고 보온병과 금속 나사 등으로 사제 폭탄을 만들었다가 1명은 사망하고 나머지 1명은 다리를 잃는 일도 있었다. 이들이 지정된 장소로 폭탄을 운반하던 중 러시아 요원이 기차역 인근에서 폭탄이 터지도록 했다고 한다.
록솔라나 야보르스카-이사이엔코 SBU 르비우 대변인은 청소년에게 "이들은 여러분의 전화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편지 배달, 사진 촬영, 그라피티 같이 단순한 업무로 위장했던 것이 포섭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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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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