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이란의 전신인 사파비 제국은 1598년 이스파한으로 수도를 옮겼다. 샤(황제) 아바스 1세가 건설 책임을 명한 수석건축가 셰이크 바하이는 거대한 광장을 설계해 도시계획의 원점으로 삼았다. 동서 160m, 남북 560m, 축구경기장 13개가 들어가는 16세기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광장이었다. 아치가 연속된 2개 층의 회랑을 사방에 둘러 광장의 경계로 삼았다.
회랑 뒤편으로 알리 카푸 왕궁을 건설했고 광장에 면해 4개 층 높이의 발코니가 우뚝하다. 샤가 시민들의 도시와 소통하기 위한 광장으로, 왕궁 발코니는 그 소통의 창구였다. 페르시아 기병대가 개발한 훈련용 게임이 폴로였고, 광장은 때로 폴로 경기장이 되기도 했다. 왕궁 맞은편에 황금 돔을 가진 로트폴라 모스크가 솟아있다. 왕실 전용 모스크로 왕궁 하렘의 여인들이 광장 지하의 비밀 통로로 출입했었다.
광장 남쪽에 파란색 모자이크의 웅장한 이맘 모스크가 자리해 이맘 광장이라 부른다. 메카를 향한 남서향의 모스크는 남향인 광장과 45도 틀어져 있다. 이 때문에 모스크의 첨탑과 돔은 더욱 입체적으로 보인다. 페르시안 블루의 내부 기도실들로 가히 환상적이다.
북쪽에 광장의 정문 격인 바자르 게이트가 당당하게 서 있다. 이 문으로 나가면 중동 최대 시장이었던 케이샤리예 바자르가 전개된다. 작은 돔 지붕이 끝없이 덮인 이 아름다운 바자르에는 무수한 상점뿐 아니라 카라반들의 여관, 이슬람 학교, 터키식 목욕탕, 작은 모스크 등 시민 공공시설이 밀집되어 있었다.
이맘 광장의 정식 이름은 나크셰 자한, ‘세계의 형상’이라는 뜻이다. 광장에는 페르시아인뿐 아니라 인도인·중국인·유럽인과 유대인이 뒤섞여 교역과 친교를 나누었다. 이 관용과 화합의 광장은 이스파한의 심장이자 명실상부하게 응축된 ‘세계’였다. 21일(현지시간) 미국은 이스파한 인근의 핵시설에 대한 전격 폭격을 감행했다. 전쟁의 종식을, 이스파한 문화유산의 무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