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중국에 희토류를 수출하는 나라다. 수입도 하지만 수출도 적지 않다. 미국의 대표적인 희토류 광산 회사인 MP머티어리얼스(MP)는 중국 파트너인 성허(盛和)자원과 매년 3만8000t의 희토류 광물 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 양국 관세 전쟁 여파로 지난 4월 선적이 중단된 상태지만, MP는 그동안 중국 제련용 희토류 광석의 약 15%를 공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중국 희토류에 쩔쩔매고 있다. 관세 협상에서 끌려다녀야 할 판이다. 그런 미국이 중국에 희토류 광물을 수출한다고? 맞다. 미국에는 제련 설비가 없기 때문이다.
MP가 희토류 제련 시설을 폐쇄한 건 지난 2002년. ‘오염 유발 업종은 중국에 맡기고, 대신 우리는 반도체 같은 고부가 제품을 만들면 된다’는 논리였다. 중국은 달랐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는 덩샤오핑의 ‘유훈’에 따라 집요하게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이 분야 중국의 특허는 약 2만5000개. 미국의 약 1만개를 크게 웃돈다. 희토류 제련 시장의 85%를 중국이 쥐고 있다. MP가 눈물을 머금고 희토류 광석을 중국에 보내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밸류체인(GVC)과 관련된 문제다. 글로벌리즘(세계화)이 대세였던 2000년대 초 국경은 중요하지 않았다. 서방 기업은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곳으로 공장을 옮기거나, 과감히 아웃소싱(외부 조달)했다. 그때 중국은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오염 유발 산업도 다 받아들였다. 중국은 그 과정을 통해 기술을 축적했고, 차츰 밸류 체인의 상부로 올라섰다. 이젠 전기자동차뿐만 아니라 전기차에 필요한 배터리, 배터리에 필요한 희토류, 희토류 가공에 필요한 제련 설비를 갖춘 유일한 나라가 됐다. 전기차 공급망의 국내 완성이다.
미국은 밸류 체인의 위만 봤다. 희토류 같은 오염 배출 산업은 저개발 국가나 할 일이었다. 그러니 밸류 체인에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미국은 지금 제조업 이곳저곳에서 공급망 구멍이 뚫린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희토류가 끊기니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가 위태롭다. F-35를 비롯한 주요 첨단 무기 제작에 중국산 희토류가 쓰이기 때문이다. 미 국방부는 희토류 제련 시설 복원을 위해 수백만 달러를 투입기로 했다. 2027년이 생산 목표. 그때까지는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휘둘려야 할 판이다. 공급망 분절(分節)의 시대, ‘눈물의 희토류 수출’은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