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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익의 이코노믹스] 2030년 추정 코스피 4040…잠재성장률 높여야 5000 가능

중앙일보

2025.06.22 08:16 2025.06.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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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달성의 조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1970년 이후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한 단계씩 떨어졌다.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 주가지수는 다른 나라 특히 미국보다 부진했다. 이재명 정부가 성장 계단을 올릴 수 있을까. 이를 반영해 주가지수도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을까.

한국 경제는 현재 두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우선 구조적 측면에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란 생산 측면에서 노동과 자본, 생산성을 고려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다. 수요 측면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잠재성장률이라고도 한다.

1.5% 내외 잠재성장률 전망 속
올해 경제 1% 미만 성장 예상

소비 위축, 대미·대중 수출 감소
인구 줄어들고 자본 투자 정체

정부 지출로 부진한 수요 부양
AI 투자로 생산성 제고 나서야

1980년대 10% 정도였던 잠재성장률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에는 5%대, 2020년 이후로는 2%대 초반으로 추락했다. 앞으로 잠재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2월 한국은행(한은)은 2025~29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1.8%로 추정했다. 한은은 노동의 성장 기여도 감소를 성장률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적했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슷한 이유로 2025~30년 잠재성장률을 1.5%로 전망했다.

신재민 기자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는 가운데 올해 우리 경제가 능력 이하로 성장하고 있다. 필자가 추정해보면 지난해 3분기부터 실제 국내총생산(GDP)이 잠재 GDP를 밑돌고 있다. 대부분의 전망 기관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1%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실제 GDP와 잠재 GDP 차이인 GDP 갭률의 마이너스 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

우선은 우리 경제가 잠재 수준까지는 성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요가 늘어야 한다. 수요는 크게 내수와 수출로 구분된다. 내수 중 GDP의 47.9%(2024년 기준)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실제로 2003~2024년 민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2.3%에 그쳐 GDP 성장률(3.3%)을 밑돌았다. 가계 부채가 GDP의 90%에 이를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5년 동안은 가계와 비영리단체를 포함한 개인 부문의 자금 잉여가 늘고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그 규모가 215조 5000억원에 이르렀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개인이 금융회사에 저축한 돈이 빌린 돈보다 많았던 셈이다. 개인 간의 차별화는 심화했지만, 소비가 다소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규제 완화로 기업 투자 유도해야
건설투자 중심으로 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 여력은 있다. 한은의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 기업은 현금 통화와 예금 형태로 947조1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기업 총수와 경제단체장과 만나면서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기업이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하는 게 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며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없애겠다”고 말했다.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투자 기회가 생기면 우리 기업이 투자를 늘릴 수 있다.

경제성장을 좌우할 수 있는 또 다른 축은 수출이다. 지난해 수출이 6.9%(국민소득 기준)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가 2.0%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로 세계 교역이 위축되는 가운데 수출 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경제성장률도 0%대로 추락하고 있다.

올해 1~5월 우리 수출에서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8.6%와 18.4%에 달하는데, 이들 국가로의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과 인도 쪽으로 수출이 증가했다. 특히 아세안과 인도의 수출 비중을 합하면 21.4%로 미국이나 중국보다 높다. 수출이 급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수와 수출의 이런 상황으로 인해 올해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1.8% 수준으로 성장하기는 힘들다. 이 정도까지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정부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다. 아직 우리 정부는 건전하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정부 부채는 GDP 대비 43.8%로 주요 20개국(G20)의 91.8%보다 훨씬 낮다. 이와는 달리 우리 기업 부채는 GDP 대비 110.5%로 G20의 88.7%보다 높다. 우리 가계 부채도 90.1%로 G20의 58.3%를 크게 웃돈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 가계부채를 합한 총부채 비율은 한국과 G20이 240% 안팎으로 거의 비슷하다.

추경, 경제성장 마중물 역할 하게
그런 만큼 추가경정예산 등을 편성해 정부가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에 이를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가 생산성이 높은 곳에 돈을 잘 써야 한다. 그러면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기업, 특히 가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낮아질 수 있다.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GDP 대비 정부 부채가 200%를 넘는 일본의 경로를 따라갈 가능성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 신설된 대통령실 재정기획보좌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

신재민 기자
정부 지출 등 수요 부양으로 실제 GDP가 잠재 GDP 수준으로 올라온 다음에는 잠재 성장 능력을 높여야 할 것이다. 1980년대 10% 정도였던 잠재성장률이 현재 2% 안팎으로 낮아졌다. 문제는 한은이나 KDI가 추정했던 것처럼 우리 잠재성장률이 더 낮아지는 데 있다.

잠재성장률의 하락은 역대 대통령 재임 기간 평균 경제성장률을 살펴보면 뚜렷하게 나타난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10.3%였다. 그런 성장률이 김대중 대통령 재임 때는 5.7%로 하락했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30대 재벌 그룹 중 11개가 해체되는 등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 때 경제성장률은 2.1%로 낮아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재임하는 향후 5년간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을까. 잠재성장률이 높아지려면 노동과 자본이 증가해야 하고 생산성이 향상돼야 한다. 노동은 이미 감소세로 전환됐다. 통계청의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인구 자체는 물론 노동 가능 인구로 분류되는 15~64세 인구가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우리 대기업이 이미 자본 스톡을 상당히 축적했기 때문에 자본 투자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총요소생산성이 올라가야 할 것이다.

AI 통한 성장률 제고 전략 펼쳐야
신재민 기자
이런 의미에서 1990년대 중후반의 미국 경제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매우 크다. 1990년대 들어 정보통신(IT) 혁명으로 미국의 노동생산성이 대폭 증가했다. 특히 1996~2000년 연평균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2.9%로 1980~95년(1.5%)보다 거의 2배 정도 올라갔다. 생산성 증가로 당시 미국 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를 동시에 달성했다. 1996~2000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3%였는데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은 1.7%에 그쳤다. 미국 경제 역사상 최대의 호황이었다.

이제 인공지능(AI)이 제조업·금융·유통·의료·공공행정 등 대부분 산업에 적용되며 생산성을 증가시킬 것이다. 여기에 우리 잠재성장률이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선거 공약으로 내세운 ‘100조원 AI 투자’도 의미가 있다. 국민과 기업·연기금이 참여하는 민관 공동펀드로 이른바 ‘국민펀드’를 설립, 100조원을 투자해 AI로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이 우선 필요하다. 대통령실의 경제수석의 명칭을 ‘경제성장수석’으로 바꾼 것은 잠재성장률을 올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또 ‘AI 미래계획수석’도 신설했는데, AI를 통해 잠재성장률을 제고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담겨있는 것 같다. 3% 성장 목표도 제시했다.

AI를 기반으로 우리 경제의 생산성을 올린다면 이재명 대통령은 처음으로 성장 계단을 오르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그러나 추락하고 있는 잠재성장률을 올리기는 쉽지 않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실현 가능성이 큰 구체적 정책이 나오고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5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8% 안팎에 그칠 확률이 높다. 저성장으로 양극화는 더 심화하고 좋은 일자리 축소와 더불어 소득 증가 속도도 둔화할 것이다.

주가엔 경제 성장이 가장 중요
이재명 대통령은 ‘2030년 코스피 5000’을 목표로 제시했다. 현재 코스피가 저평가 상태인 것은 사실이다. 중장기적으로 코스피는 명목 GDP와 같이 상승해 왔다. 예를 들면 2000~2024년 명목 GDP는 연평균 5.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코스피는 6.7% 상승했다. 명목 GDP로 추정해보면 2024년 코스피는 24% 저평가됐다. 올해 명목 GDP가 2.9%(실질 GDP 0.9%) 성장한다고 가정하면 추정 코스피는 3263 정도다.

이재명 대통령은 증시의 투명성 제고 및 기업 지배구조의 개선과 함께 주주환원율 제고, 남북한의 지정학적 위험 감소,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통한 주식 수요 기반의 확충을 통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주가지수를 억눌렀던 이런 문제를 해소하면 코스피가 그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 그러면 대통령의 말대로 ‘국민이 주식 투자를 통해 생활비를 버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

그러나 주가지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경제 성장이다. 필자는 앞으로 5년간 우리나라 명목 GDP 성장률을 3.8%(실질 GDP 1.8%+GDP 디플레이터 2.0%) 정도로 전망한다. 이런 성장 추세라면 2030년 추정 코스피는 4040이다. 물론 필자의 예상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 코스피는 더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잠재성장률이 높아지지 않으면 코스피 5000이 현실화할 확률은 높지 않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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