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24년째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잘 모르는 걸까. 중국 축구가 이제는 본선 실패를 실력 부족이 아닌 브란코 이반코비치 감독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중국 '소후'는 21일(한국시간) "중국 대표팀이 월드컵 4차 예선에도 진출하지 못한 원인이 밝혀졌다. 중국 축구의 참패는 실력이 약한 게 아니라 이반코비치 감독과 그의 전술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매체는 "월드컵 3차 예선 조별리그의 부진한 성적은 중국 축구의 실력 문제가 아니다. 이반코비치의 고집스러운 전술과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 선택이 이유"라며 "이반코비치 감독은 팀에서 유일하게 국제적 실력을 갖춘 웨이스하오를 경시했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건 윙어인 그를 미드필더로 배치해 장점을 죽였다는 점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떠난 이반코비치 감독 탓은 계속됐다. 소후는 "이반코비치의 전술은 언제나 똑같았다. 상대에게 철저히 간파된 포메이션만을 고수하며 절대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전 세계에 전술 실패가 들통난 뒤에도 여전히 자기 주장을 고집하는 감독이 또 있을까? 선수들이 엉뚱한 배치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감독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매체는 "더 의문인 건 국내 코칭 스태프는 왜 이를 외면한 걸까. 월드컵 진출 실패는 그들이 문제를 무시하고 책임을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록 월드컵에 직행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플레이오프 진출권은 확보해야 했다. 지금처럼 무력하게 탈락해선 안 됐다"라고 강조했다.
[사진]OSEN DB.
중국 축구협회(CFA)는 최근 이반코비치 감독과 계약을 해지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의 뒤를 이어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얀코비치 감독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며 2무 1패로 탈락했고, 그대로 팀을 떠나야 했다.
중국 축구계는 하노버(독일), 자그레브 디나모(크로아티아), 이란 대표팀, 오만 대표팀은 물론이고 중국 슈퍼리그 우승(2010년 산둥 루넝) 경험까지 있는 노장 이반코비치 감독에게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그 역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위를 기록하며 3차 예선 진출엔 성공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이반코비치호는 가장 중요한 3차 예선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이번 월드컵은 48개국 체제로 개편되면서 중국 내에서도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폭발했다. 그러나 이반코비치 감독은 3차 예선을 3승 7패로 마무리하며 C조 5위에 그쳤고, 2002 한일 월드컵 이후 6회 연속 본선 진출 실패를 피하지 못했다.
CFA는 곧바로 성적 부진을 이유로 이반코비치 감독과 계약을 종료했다. 양측 계약에는 월드컵 본선 진출이 좌절될 시 해지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반코비치 감독과 중국은 약 1년 4개월 만에 갈라서게 됐다. 2002년 이후 감독을 무려 14번이나 교체한 중국 대표팀이다.
[사진]OSEN DB.
이제 중국 대표팀은 데얀 조르제비치 전 중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감독에게 임시로 지휘봉을 맡기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가오훙보 전 A대표팀 감독이 수석 코치로 합류해 내달 열리는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자 중국 축구계는 이미 떠난 사람이 된 이반코비치 감독에게 책임을 돌리는 모양새다. 소후는 이반코비치 감독이 한 가지 전술밖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옆나라 일본과 비교했다. 일본은 중국과 달리 지난 2018년부터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에게 팀을 맡기고 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었다.
매체는 "중국 축구가 한때 자랑했던 헤더와 크로스는 이제 역사의 먼지가 됐다. 반면 일본은 매번 월드컵에서 패배한 교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그 경험을 효과적으로 계승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축구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며, 과거의 장점을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실패한 경험만 정확하게 전수하고 있다. 이는 슬픈 일이 아닐까?"라고 한탄했다.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구 수가 많은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바라고 있지만, 48개국 확대에도 불구하고 중국 축구의 실력이 너무나 부족한 상황이다. 소후는 "만약 중국 대표팀의 현재 모습이 변하지 않는다면 다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희망은 더욱 희박해질 거다. 몇 년 후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이 성장과 함께 중국의 국제 경쟁력은 더욱 하락할 것"이라며 이대로라면 동남아에도 밀릴 위기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