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촬영'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축구선수 황의조(33)가 북중미 월드컵에서 뛰고 싶으니 감형해 달라는 내용의 항소이유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KBS 보도에 따르면, 황의조가 지난달 항소심 재판부에 제출한 총 93페이지 분량의 항소이유서에는 자신의 국위선양을 강조하며 내년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고 싶다는 내용이 담겼다.
황의조는 자신을 "대한민국 간판 스트라이커이자 선배"라고 칭하며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전달해 줄 뿐만 아니라 팀의 중심이자 기둥 역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형이 확정될 경우 "국가대표로서의 삶은 종지부를 찍게 된다"고 호소했다.
축구협회 규정에 따르면 금고 이상 실형이 확정되면 그때부터 5년간, 집행유예를 받으면 기간 만료일부터 2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앞서 지난 19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황의조 측 변호인은 "피고인은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피해가 다소 적다"며 "전과도 없고 그동안 축구선수로 국가를 위해 열심히 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1심 형이 다소 무겁다"고 항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 변호사는 "국가대표 선수이고 팬이 많으니 인터넷상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이 많았다. 이 때문에 피해자는 정신과 상담도 받지 못했다"며 "그런데도 법원은 공탁금이 상당하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해 피고인은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피해자는 한 번 더 일상이 엉망이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의조는 1심 선고를 앞두고 피해자에 대해 합의금 명목으로 2억원을 공탁해 '기습 공탁'이란 비판을 받았다.
재판부는 다음 달 24일 한 차례 더 재판을 연 뒤 양측 최종 진술을 듣고 변론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황의조는 지난 2022년 6~9월 4차례에 걸쳐 상대방 여성 2명의 동의 없이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 1명에 대해서는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황의조가 영상통화 중 몰래 녹화한 다른 피해자 1명에 대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은 사람의 신체를 직접 촬영한 행위만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영상통화 중 휴대전화 녹화 기능으로 촬영한 행위는 전송된 이미지를 촬영한 것이지, 사람의 신체 자체를 촬영한 것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4차례에 걸쳐 휴대전화를 이용해 성관계 장면을 피해자 의사에 반해 촬영하고 범행 횟수와 촬영물의 구체적 내용에 비춰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황의조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점과 상당한 금액을 공탁한 점 등을 양형에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