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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후난민] ⑼동물·사람 어우러진 에티오피아 도로

연합뉴스

2025.06.22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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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베테랑 기사 "클랙슨이 무사고 비법"…도요타 랜드크루저 예찬도 마을 주변 어디서나 아이들 가득…자연에 잘 녹아든 친근한 풍경
[아프리카 기후난민] ⑼동물·사람 어우러진 에티오피아 도로
20년 베테랑 기사 "클랙슨이 무사고 비법"…도요타 랜드크루저 예찬도
마을 주변 어디서나 아이들 가득…자연에 잘 녹아든 친근한 풍경

(아와사 <에티오피아> =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동물과 사람이 어울려 다니는 아프리카만의 리듬과 흐름.
기후변화와 난민 관련해 지난달 말 에티오피아 남부 지역을 취재하면서 새삼 든 생각이다.
물론 사람 다니는 도로가 인파나 가축으로 붐비는 건 인도나 다른 제3국도 마찬가지일 수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독특한 도로의 흐름이 있는 것 같다.
에티오피아에서 느낀 것은 사람이든 나귀든 너무나 자연스럽게 차와 함께 통행한다는 것이다.
특히 도로변 염소나 개 등도 너무 자연스럽게 풍경 속에 녹아들어 다가온다.

지난달 27일 오지 취재를 하러 가기 위해 이용한 A8(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케냐 나이로비) 구간의 159km 정도 거리라면 고속도로에서 2시간이면 충분히 주파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도로 사정이라는 게 국내에서도 상대적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에티오피아 남부 지역에서는 적어도 3시간은 족히 달려야 하는 거리다.

특히 비포장 거리가 20km가 넘는 곳이라면 시간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운전경력 20년의 베테랑 현지 기사가 드라이브하는 것은 곡예를 넘나든다.
뻔히 맞은 편 차로에서 덤프트럭이 와도 태연히 중앙선을 넘어 주행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물론 거리와 타이밍이다.
주행 차로 앞에 다른 버스 같은 것이 달리고 있으면 추월 후 그 사이로 끼어들 것까지 감안하면서.
무엇보다 도로 위에는 나귀가 수레를 끌고 달리거나 나귀 몰이꾼이 - 소년 몰이꾼도 많다 - 수레 위에 일어서서 묘기 하듯 몰고 간다.
나귀는 나무 같은 짐을 잔뜩 싣고서 잘도 간다. 또 눈 옆에 딴 곳을 바라보면서 신경이 흐트러뜨리지 않도록 눈마개도 옆으로 돼 있기도 하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도로 주행을 잘한다는 것이다.
비포장도로는 비포장도로대로 관리하는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테니스장에서 쓰는 것 같은 큰 롤러를 돌길로 그냥 굴리고 가는 것이었다.
돌이 타이어에 팡팡 튀지 않도록 내리누르는 조치로 보였다.

더구나 재밌는 것은 오토바이 운전 솜씨가 장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두세명 타기는 예삿일이고 4명까지 타고 가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비가 오면 우산까지 받쳐 들며 여유 있게 간다.
오토바이에 큰 쌀 짐 같은 것을 양쪽으로 걸치고 가는 것도 보였다.
그러나 이 정도면 사고도 불문가지.
짐 실은 오토바이가 울퉁불퉁한 도로 옆 노면서 넘어져 사람들이 일으켜 세우는 장면이 있었다.
염소 같은 것이 로드킬을 당해 도로 위에 납작해져 있는 것을 두차례 목격했다.
나귀들도 갑자기 세 마리가 가다가 한 녀석이 도로 쪽으로 비스듬히 쳐들어오기도 했다.
사람들이 도로 이쪽저쪽을 자주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 비슷한 흙바닥 주변으로는 무리가 떼 지어 있었다.
놀라운 것은 이런 도로 상황에서도 기사는 때론 시속 100km까지 올리기도 해서 슬쩍 곁눈으로 속도계를 쳐다보기도 했다.
그런 외견상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비교적 안전(?)하게 속도감 있게 가는 이유는 뭘까.
바로 클랙슨에 있었다.
서울에서는 경적 금지가 예사지만 아프리카에선 필수다.
다만 우리처럼 신경질적으로 '뚜~' '빵∼'하고 길게 울리지 않는다.
가볍게 리드미컬하게 단발적으로 짧게 짧게 울리며 지나가거나 미리 경고해준다.
비포장도로를 꿀렁거리면서 몸이 이리저리 좌우로 갈 때는 '아프리카 마사지'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이 나왔다.
과거 이스라엘 광야에서 우기 때만 물이 흐르는 와디(건천·乾川)를 지프로 오르락내리락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생각나기도 했다.
기사는 20년 이상 베테랑 안전운전 경력이라고 자타가 인정했다.

그는 또 수동식 도요타 랜드크루저 예찬론자였다. 전자식도 고장이 잘 나는 반면 수동기어가 달린 것이 최고라고 했다.
실제로 이전에 아프리카에서 어느 조건에서든 기동성이 제일 좋은 차가 랜드크루저라고 들은 적이 있다. 워낙 비포장도로에서 주행 성능 등이 좋아 '사막의 배' 낙타에 비견되기도 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어떠냐는 질문에 디자인은 예쁠지 몰라도 이런 거친 도로판에서는 도요타를 따라올 수 없다고 했다. 일단 랜드크루저는 외관 자체가 튼튼하다고도 했다.
에티오피아 남부에서는 현기차를 거의 볼 수 없었다. 다만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선 현대 크레타, 산타페가 어쩌다 눈에 띄는 정도였다.
그는 수동기어를 선호하는 이유도 중간에 고장 나도 자신이 직접 임시 조처를 하는 것이 더 간편하다는 설명을 했다.
도로에 가다 보면 도로 위로 전선 줄이나 빨랫줄 같은 것이 처져 있고 검정 비닐 같은 것이 달려있기도 했다.
얘기인즉슨 도로 주의판을 달 수 없어 임시로 그렇게 표시한다는 것이다.
주(州)와 주 접경을 지나가는 곳에도 줄을 하나 걸쳐 놓고 팽팽하게 잡아당겨 정지시키고 간이 세관검사 같은 것을 실시했다.
케냐와 접경지역에 속한 에티오피아 도시 '딜라'에선 중고의류를 봉고차 뒷좌석 밑으로 검정 비닐봉지에 싸서 싣는 모습을 목격했다. 기사는 바로 밀수 현장이라면서 뇌물을 받은 검문 관리가 중고의류뿐 아니라 무기류 등 민감 품목의 밀반입을 눈감아주기도 한다고 했다.

비포장도로로 산등성이 동네와 학교에 갈 때는 굽이굽이마다 집이 나타나면 거의 십중팔구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아이들은 손을 흔들며 하나같이 '유유'라고 인사했는데 무슨 말인가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영어 당신을 뜻하는 '유'(you)를 반복하는 것이었다. 들어 아는 영어가 일단 그것뿐이라고 했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역시 아이들답게 밝았다. 어쩌다 돌을 깨 판매용 자갈을 만드는 듯한 아이들이 무표정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학교를 통학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책을 그냥 손에 들고 다녔다. 과거 우리처럼 괴나리봇짐은 쉽게 볼 수 없었다.
이 나라에서 교육에 그만큼 투자를 안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교민 얘기가 그냥 쉽게 흘려들을 수 없는 대목이었다.

나뭇짐을 머리에 지고 가는 어린 나무꾼 중에는 여자아이도 있었다.
도로 위에는 노란 고무통 같은 것을 싣고 가는 오토바이나 나귀 수레도 보였는데 이건 물통이라고 했다.
이에 비해 트럭에 가득 실려 가는 오일용 노란 상자 같은 것은 재활용을 위해 아디스아바바로 가는 것이었다.
아무튼 아이들의 확실한 존재감-일단 도로 옆이나 산골 어디든-은 에티오피아가 아프리카 제2의 인구대국(1억2천800만명)으로 인구 증가가 빠르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취재 지역인 코체리는 오로미아족에 속한 곳으로 해발 1천700m정도 됐다. 오전에도 낮으로 갈수록 체감온도가 높게 올라갔다.
여기도 말라리아 감염 위험지역이어서 외출 시 꼭 긴팔을 착용하고 돌아다녀야 해 불편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강력범죄 등 치안을 조심해야 했다면 여기선 모기가 늘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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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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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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