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속 시내 전역 신축 건물·도로 공사 한창…청계천 건설 연수도
6.25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회 건물 새단장…유해 온전한 안식은 '아직'
[아프리카 기후난민] ⑽"자고 나면 건물 사라져"…아디스아바바는 거대한 공사판
기후변화 속 시내 전역 신축 건물·도로 공사 한창…청계천 건설 연수도
6.25전쟁 에티오피아 참전용사회 건물 새단장…유해 온전한 안식은 '아직'
(아디스아바바=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어제까지 아디스아바바 시내에서 보였던 5층 건물이 자고 나보면 사라진 경우도 있습니다."
김소희 전 에티오피아 한인회 사무국장은 지난달 30일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방문한 기자에게 시내 이곳저곳을 안내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실제로 차량으로 아디스아바바를 돌아다녀 보니 곳곳에서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었다. 가히 공사판 도시라고 할 만했다.
기자는 기후변화와 난민 위기 취재차 산림청 관련 사업지가 있는 에티오피아 남부 지방과 아프리카연합(AU)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을 알아보기 위해 지난주 현지를 4박 6일 일정으로 찾았다.
보통 아디스아바바는 5월에 매우 더운 편인데 이전과 달리 춥고 비도 많이 온다고 현지 토박이이자 참전용사 2세인 피스하 시무어(57)씨가 전했다. 여기도 기후변화를 실감하고 살고 있는 것인데 김 전 국장도 자신이 처음 온 8년 전과도 다르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도 변화지만 아디스 시내 풍경도 놀라운 속도로 바뀌는 중이다.
김 전 국장은 "어 여기에 그 건물이 있었는데..."라며 건물 자체가 없어진 것을 눈으로 다시 확인하고 놀라거나 안내 도중 당황스러워할 정도였다.
시내를 자주 돌아다닌다고 했는데도 며칠 사이 풍경 자체가 몰라볼 정도로 변화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아비 아머드 에티오피아 총리는 아디스를 '아프리카의 두바이'로 변모시키기 위해 대대적으로 도시 정비에 착수했다.
그는 총리 당선 후 유니티 파크, 프렌드십(중국과 합작) 파크, 은토토 파크 등을 시민 휴식공간으로 일제히 조성했다.
그는 서울 청계천도 둘러본 후 공무원들에게 아디스아바바에도 인공하천을 조성하도록 지시해 연수가 진행됐다고 한다.
아디스는 고층빌딩, 상업 센터, 도로망 확대, 새 주거단지 등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케베나 등 강변 개발 사업도 도시 모습을 일신하고 있다.
아비 총리의 이 같은 추진력과 리더십은 평가할 만하고 건설경기 부양이 아프리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가운데 하나인 에티오피아의 경제성장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꾸준하게 강한 경제 성장세를 보인 에티오피아는 2023/24 회계연도에 국내총생산(GDP)이 8.1%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기자가 찾아본 은토토 파크에선 유칼립투스 나무의 신선한 향이 상쾌했다.
시내는 차가 지날 때 워낙 먼지가 풀썩풀썩 날려 차창을 열고 갈 때는 고역이었다.
해발고도 3천m에 위치한 시내 전경 조망대에서 100m 정도 다시 입구 쪽으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도 고산 증세로 몸이 힘들었다.
이에 비해 해발 2천400, 500m 수준인 시내에 위치한 프렌드십 파크는 상대적으로 여느 인공호수 공원답게 조성이 잘 돼 있었다.
저녁에는 분수대 공연도 펼쳐져 사람들로 붐비고 이날 오후에도 웨딩 사진을 찍으려는 커플이 네다섯 쌍 목격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림 같은 풍경의 프렌드십 파크 주변에도 신축 건물 공사가 여러 건 눈에 띄었다.
아비 총리가 경제적 사정이나 회사 자금난 때문에 신축 공사가 중단된 경우 공사를 제때 재개하지 않으면 국가가 압류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자 줄줄이 공사 재개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있다.
시내 최대 번화가인 볼레 거리에는 연꽃 여러 개가 동시에 달린 것 같은 야간 조경으로 화려했다.
아비 총리는 최근 시내 색깔을 회색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에티오피아 정교회 교회도 회색 단장을 하는 것을 봤다.
한 한인 식당 주인은 회색으로 담벼락을 바꾸라는 통지가 암하라어로 날아와 이틀 내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경고에 부랴부랴 페인트칠했다고 말했다.
시내 도로변 건물 철거도 이처럼 전광석화같이 이루어져 이틀 만에 퇴거하라는 통보가 주민들한테 이뤄진다고도 한다.
사실이라면 한편으로는 이 같은 불도저식 추진력은 평가할 만하지만, 그 과정에서 주거권과 인권 문제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도처에 공사 때문에 비산먼지가 오래된 연식 차량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과 함께 공기를 메케하게 했다.
그래도 아디스 현지 주민들은 공기가 깨끗한 편이라고 주장했다.
기자가 방문한 에티오피아 참전용사회 회관이 있는 주변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날은 마침 참전용사 후원단체 '월드투게더'가 국가보훈부 등 지원으로 회관 지상층과 이층에 대한 새 단장을 마무리하고 작업 인력을 해산하는 날이었다.
월드투게더 현지 지부장은 전시할 참전용사 메달 등이 부족해 골동품 시장에서 구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우리 IMF(국제통화기금) 위기 시절 금모으기처럼 참전용사 후손들이 메달을 너도나도 기증했다고 말했다.
다만 "현지 정교회 부지에 참전용사 유해를 안장하는 데 있어 추가 벽을 세우고 공간을 따로 조성하는 것과 관련, 교회 측에서 추가 자금 지원을 정식 문서가 아닌 구두로만 요청한 상태라 이 문제가 아직 완료된 상황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참전용사들의 유해가 아직 다 온전히 쉼을 얻고 있지는 못한 상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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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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