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회 선거서 역대 최소 의석 '참패'…고물가 등도 악영향 미친 듯
與, 한달뒤 참의원선거서 '과반유지' 목표…실패시 '이시바 퇴진론 확산' 전망
도쿄선거서 비자금에 또 발목잡힌 자민당…참의원 선거도 '위기'
도쿄의회 선거서 역대 최소 의석 '참패'…고물가 등도 악영향 미친 듯
與, 한달뒤 참의원선거서 '과반유지' 목표…실패시 '이시바 퇴진론 확산' 전망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지난해 10월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56석을 잃으며 참패했던 집권 자민당이 22일 치러진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도 역대 최소 당선자를 배출하며 '역사적 대패'를 맛봤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당을 향한 싸늘한 민심을 확인하면서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로 평가받는 내달 20일 참의원(상원) 선거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한층 커졌다.
일본 언론은 자민당 내에서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불안감과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 유권자 62% "비자금 고려 투표"…이시바 '전국민 지원금' 공약도 효과 없어
자민당은 이번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전체 127석 가운데 2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의석수는 기존 30석에서 9석이 감소했다. 이전 최소인 2017년의 23석보다도 2석 적다.
나아가 자민당은 의회 제1당 지위도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 지사가 특별 고문을 맡고 있는 도민퍼스트회에 다시 내줬다.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획득했다.
자민당이 참패한 결정적 요인으로는 '비자금' 문제가 꼽힌다. 도쿄도 의회의 자민당 회파(會派·의원 그룹)는 당 중앙 파벌과 마찬가지로 과거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를 주최하면서 수입 일부를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비자금 문제는 자민당이 작년 10월 총선에서 패배한 주된 원인으로도 지목됐다.
자민당 일부 파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돈을 다시 넘겨주는 방식 등으로 오랫동안 비자금을 조성해 왔다. 이 사실이 드러난 후 일부 의원은 징계받았고, 자민당 파벌은 대부분 해체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비자금 문제에 연루된 인물 중 간부 출신 6명을 공천하지 않았으나, 표심을 얻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과 관계된 자민당 계열 후보는 17명 출마했는데, 5명이 의원 배지를 달지 못했다.
아사히신문이 2만4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출구조사에서는 62%가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고려해 투표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비자금 문제에도 자민당 후보를 찍었다는 응답자는 12%에 불과했다.
아사히는 자민당이 총선에 이어 냉엄한 심판을 받은 모양새가 됐다면서 "자민당은 비자금 문제를 설명하기보다는 고물가 대책, 국정과의 협력을 호소했다"고 짚었다.
아울러 비자금 문제는 자민당뿐만 아니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그동안 지켜온 도쿄도 의회 선거 후보자 '전원 당선'이라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요인으로도 분석됐다.
공명당은 19석을 얻었으나, 후보자 3명은 낙선했다. 공명당 후보가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낙선한 것은 36년 만이다.
비자금 문제와 함께 쌀값 급등 등에 따른 고물가가 자민당에 역풍으로 작용했다는 견해도 제기됐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도쿄도 의회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3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원금 2만엔(약 19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자민당 참의원 선거 공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으나, 여론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이시바 총리는 정권에 비판적 시선을 의식해 선거 전날인 지난 21일에만 두 차례 유세 활동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양한 전략에도 민심을 돌리지 못했다.
한편, 수십 곳을 돌며 지원 연설했던 고이케 지사는 도민퍼스트회 의원이 기존 26명에서 31명으로 늘어나면서 존재감을 확인했다.
◇ 도쿄의회 선거, 직후 대형 선거 '가늠자'…日정국, 혼란에 빠질 수도
일본 정치권은 이제 전열을 재정비해서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참의원 선거 준비에 돌입한다.
참의원 정원은 248명이며 3년마다 의원 절반을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결원 1명을 포함해 125명이 선출된다.
선거 대상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현직 자민당과 공명당 의원은 각각 52명, 14명이다. 두 정당은 총 50명의 당선자를 내면 참의원에서 과반을 유지하며, 사실상 이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일본 정계가 도쿄도 의회 선거 결과를 주목해 온 이유는 정국 향방을 예측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어느 정도 해 왔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1989년에는 자민당이 정치 스캔들과 소비세 문제 등으로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참패했고, 이어진 참의원 선거에서도 대패해 우노 소스케 당시 총리가 물러났다.
2009년 7월에는 야당이던 민주당이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 약진했고, 다음 달 총선에서 정권 교체를 이뤄냈다. 이어 2013년 6월에는 자민당이 도쿄도 의회 제1당을 탈환했고, 다음 달 참의원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2017년 7월 도쿄도 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23석만 확보하며 참패했다. 하지만 그해 10월 총선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전체 의석의 3분의 2 이상을 획득했다.
가장 최근에 이뤄진 2021년 7월 도쿄도 의회 선거에서는 자민당이 제1당 자리를 되찾았고, 그해 10월 총선에서 단독 과반을 유지했다.
일본 정치권 일각에서는 자민당과 공명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을 지킬 것이라는 관측이 돌고 있으나, 이시바 정권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쌀값은 여전히 작년의 2배 수준이고, 미국과 관세 협상도 자동차 관세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과반 의석 유지에 실패할 경우 일본 정국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말려들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자민당 내에서는 이시바 총리로는 정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 총리 끌어내리기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자민당 총재 임기가 2년 이상 남은 이시바 총리는 이에 대응해 공명당 이외에 야당 일부를 끌어들여 연정 확대를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중의원(하원)에 이어 참의원에서도 여당이 과반 의석수를 지키지 못하면 이시바 총리 퇴진론은 반드시 강해질 것"이라며 연정 구도가 재편되면 야당 대표가 총리가 될 수도 있다는 견해가 자민당 내에서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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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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