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의 ‘이도류’가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오타니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지명타자 겸 투수로 출장했다. 투수로 등판해 1이닝 18구 2탈삼진 무실점, 그리고 타자로 4타수 2안타(1홈런) 5타점 3득점 1볼넷의 맹타를 휘두르며 13-7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오타니는 다저스 소속으로는 두 번째로 선발 투수로 나섰다. 2023년 9월 팔꿈치 수술을 받으면서 재활에 돌입했던 오타니는 지난해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맺은 뒤 타자에만 전념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에서 왼쪽 어깨 부상까지 당하면서 오타니의 투수 복귀 시점은 잠시 뒤로 미뤄졌다.
하지만 지난 17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경기에서 전격적으로 투수 복귀가 결정됐고 1이닝 28구 2피안타 1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최고 구속은 100.2마일(161.3km)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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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등판 이후 샌디에이고와 두 차례 빈볼 시비에 중심에 있기도 했다. 18일 랜디 바스케스의 93.8마일 포심에 우측 허벅지를 맞았고 20일에는 로버트 수라레즈의 100마일 포심에 등을 맞으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추가적인 벤치클리어링을 차단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온 몸이 멍투성이가 됐지만 선발 등판 의지를 꺾지 않았고 투수로서 빌드업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타니는 1회 첫 타자 CJ 에이브람스를 상대로는 초구 97.2마일 포심을 던져 1루수 땅볼로 유도했다. 2번 타자 제임스 우드를 상대로는 스위퍼와 스플리터를 벌갈아 구사하면서 뜬공을 유도해내는 듯 했다. 그런데 높이 뜬 공을 유격수 무키 베츠가 놓쳤다. 실책으로 주자가 출루했다.
1사 1루에서 맞이한 루이스 가르시아 주니어는 2볼 2스트라이크에서 5구째 85.9마일 스위퍼 유인구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냈다. 오타니가 다저스에서 잡아낸 첫 번째 삼진이었다. LA 에인절스 시절 2023년 8월 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669일 만의 탈삼진이기도 했다. 2사 1루에서 맞이한 나다니엘 로우를 상대로는 폭투를 범해 2사 2루 위기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2볼 2스트라이크에서 7구째 88.3마일 커터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두 타자 연속 탈삼진으로 1회를 무실점으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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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부터는 공을 벤 카스패리우스에게 공을 넘겼다. 이날 스위퍼 7개, 포심 6개, 커트 3개, 스플리터 2개 등 총 18개의 공을 구사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98.8마일(159km)를 기록했다.
타석에서의 오타니는 잠시 주춤했다. 1회초 투구를 마치고 돌아온 뒤 1회말 첫 타석에서 워싱턴 선발 마이클 소로카와 7구 풀카운트 접전 승부를 펼쳤지만 파울팁 삼진을 당했다. 3회말 2사 1루에서도 오타니는 소로카의 80.7마일 커브에 헛스윙 하면서 2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6회말에는 무사 2루에서 볼넷을 얻어냈다. 그리고 맥스 먼시의 만루포 때 홈을 밟았다. 4-3으로 전세도 역전시켰다. 7회말에는 무사 만루에서 만는 라이언 루토스의 2구 몸쪽 87.5마일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선상 3타점 싹쓸이 3루타를 뽑아냈다. 타구속도 101.3마일(163km)의 강한 타구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8회말 13-3으로 달아나는 쐐기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8회 1사 1루에서 잭슨 러틀리지의 2구 95.2마일 포심을 걷어 올려 좌중월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시즌 26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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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오타니는 이날 선발 등판을 하면서 홈런과 3루타를 동시에 기록한 선수가 됐다. 이미 처음은 아니다. 에인절스 시절이던 2023년 5월 1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와의 경기 선발 투수 겸 3번 타자로 출장해 5타수 4안타 3타점으로 활약했다. 선발로 7이닝 4피안타(3피홈런) 2볼넷 5탈삼진 5실점을 기록했지만 타석에서 그만큼 만회했다. 특히 4-4 동점이던 4회 직접 역전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며 승부의 추를 가져왔고 5회 ㅈ3루타까지 뽑아냈다.
MLB.com의 통계전문가로 활동 중인 새라 랭스에 따르면 ‘오타니가 등판한 경기에서 홈런과 3루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최소한 지난 125년 동안 두 번 이상 이런 경기를 치른 선수는 오타니가 유일하다’라고 소개했다.
경기 후 오타니는 “오늘 어차피 1이닝만 던질 계획이었다. 앞으로 점차 이닝 수도 늘려갈 수 있다면 좋겠다”라며 “오늘 상대 타자, 투수 굉장히 훌륭했다. 타석에서 제대로 된 접근 방법으로 타석에 설 수 없었기 때문에 반성할 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날 경기를 되돌아봤다.
그러면서 “생각보다 빨리 복귀하긴 했다. 점진적으로 이닝을 늘려간다면 예전보다 더 좋아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다.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은 많지만 하나하나 개선해나가고 싶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금이 끝이 아니다. 과거 우리가 봤던 투타겸업을 하던 괴물, 외계인 오타니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그 이상의 활약까지도 오타니는 자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