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시설 피격 후 첫 입장 공개…이스라엘 겨냥해 비난·보복 천명
이스라엘 공습 계속하며 대미 보복 수위 고심 관측…미국은 경계 태세
[美 이란 공격] 하메네이 "응징당할 것"…미국 직접 거론은 안해(종합)
이란 핵시설 피격 후 첫 입장 공개…이스라엘 겨냥해 비난·보복 천명
이스라엘 공습 계속하며 대미 보복 수위 고심 관측…미국은 경계 태세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겨냥해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서 대응을 예고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공습을 감행한 지 하루 만에 내놓은 첫 공식입장이다.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아 핵시설 피격에 대한 대미 보복 수위를 놓고 고심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시오니스트 적이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 엄청난 범죄를 자행했다"면서 "응징당해야 하고 지금 응징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오니스트 적'이라는 표현은 통상 이란이 이스라엘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유대인을 상징하는 '다윗의 별' 표식을 한 대형 두개골이 한복판에 큼직하게 들어가고 어두운 도시에 미사일 공습이 이뤄지는 이미지도 첨부됐다.
미국이 22일 새벽 이란의 핵시설 공습을 감행한 이후 처음 나온 하메네이의 공식 입장이지만 미국에 대해서는 직접적 언급이 없었다.
이를 두고 보복 수위에 대한 이란 당국의 고심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의 대응 선택지를 두고서는 중동 내 미군기지를 타격하는 방안과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안,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역내 '저항의 축'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본토 핵시설이 미국에 처음 공격당한 중대한 상황에서도 이란은 즉각 대응에 나서지는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보복시 더 강력한 공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상황에서 이란은 내부적 반격 여력과 확전 전망 등을 따져 보복 수위를 정밀하게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핵시설 피격 당일 나온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성명 역시 명시적으로 보복을 예고하는 내용이었다기보다는 "역내 미군기지의 개수, 분포, 규모는 강점이 아니라 취약점"이라는 식으로 보복을 암시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앙이 아닌 하위 조직에서도 상대적으로 강경한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 또한 직설적이지 않았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의 방공부대 카탐 알안비아의 한 대변인은 동영상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을 도박꾼으로 지칭하며 "당신이 전쟁을 시작했을지 몰라도 전쟁을 끝내는 것은 우리"라고 경고했다.
미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이란 지도부는 평소답지 않게 분명한 대미 보복 맹세를 하지 않고 있으며 IRGC의 성명 속 '유감스러운 대응' 경고가 가장 근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율된 위협의 부재는 이스라엘의 공습 탓에 고립된 이란 지도부가 소통에 애를 먹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은 일단 이스라엘과의 공방에 주력하고 있다. 핵시설이 공격당한 당일에도 이스라엘 주요 도시를 공격한 데 이어 다음날인 23일에도 새벽부터 공습을 이어갔다.
이란 의회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다만 최종 결정은 최고국가안보회의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미국은 이란이 미국 군사시설을 공격하거나 미국인을 인질로 잡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경계 중이다. 미 국무부는 이날 "해외에서 미국 시민과 미국의 이익을 겨냥한 시위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국적자를 상대로 전세계적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 같은 주의보가 발령되는 것은 이례적으로,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마지막이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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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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