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위협에 유럽 여론 '국방지출 증액' 공감대
ECFR 설문조사…일부국에선 징병제 도입까지 찬성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유럽인들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러시아 공격의 우려 속에 국방비 증액을 대체로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싱크탱크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가 지난달 유럽연합(EU) 12개국 1만6천4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11개국에서 국방비를 늘리는 데 찬성하는 비율이 반대하는 비율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로 보면 폴란드와 덴마크에서 국방비 증액에 찬성하는 비율이 각각 70%로 가장 높았고 그다음이 영국(57%), 에스토니아(56%), 포르투갈(54%) 등이 이었다.
독일(47%)과 스페인(46), 프랑스(45%) 등에서는 국방비 증액 찬성 비율이 절반을 넘지는 않았지만, 증액에 반대하는 비율보다는 높게 나타났다.
이탈리아에서만 국방비 증액에 찬성하는 비율이 17%로 반대하는 비율(57%)보다 낮게 나타났다.
일부 국가에서는 징병제 재도입에도 찬성 비율이 반대보다 높게 나타났다.
프랑스에서 징병제 도입에 찬성하는 비율은 6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그다음 독일(53%), 폴란드(51%)의 순이었다.
반면 헝가리에서는 58%가 징병제 도입에 반대했고 그다음 스페인(56%), 영국(53%), 이탈리아(50%)의 순으로 반대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징병제 도입 찬성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도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었다.
예를 들어 독일에서는 70대 이상은 49%가 징병제 도입을 찬성했지만, 징병제의 대상이 되는 18~29세 중에는 46%가 이에 반대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목표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국가들이 안보에 무임 승차한다며 방위비를 GDP의 5%로 늘리라고 요구했고, 유럽 국가들은 이 요구에 맞추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대부분 유럽인은 안보와 방위 측면에서 유럽이 미국으로부터 독자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독일, 스페인, 폴란드,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EU가 독립하는 것이 매우 어렵거나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다만 덴마크에서만 EU가 국방과 안보 분야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답변 비율이 52%로 절반을 넘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을 위해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핵 억제력의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포르투갈(62%), 폴란드(60%)와 스페인(54%)에서는 이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지만, 독일에서는 찬성하는 비율이 39%로 나타나 국가별로 차이가 있었다.
마크 레너드 ECFR 이사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가 "트럼프가 국방비 증액 요구, 징병제 재도입, 유럽 전역의 핵 능력 확장 등에 대한 요구를 주도하고 있어 유럽인들이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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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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