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격] 파키스탄, 이란 공격 미국 규탄하며 트럼프 띄우기도
"오랜만에 미국과 좋은 관계…美-중국·이란 사이서 곡예와 같은 줄타기"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이란과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규탄하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관계를 강화하려는 줄타기 행보를 하고 있다.
23일 파키스탄 일간 돈(Dawn)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총리실은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전날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통화했다며 미국의 행동을 비판하고 이란에 연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이란의 자위권을 인정하면서도 "유일한 실행 가능한 방법은 대화"라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파키스탄은 현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중국, 러시아와 함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공동 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을 비판하면서도 파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실질적인 최고 권력자로 평가받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원수)은 지난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이례적인 회담을 갖고 이란 사태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또 파키스탄 정부는 지난 21일 인도와 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을 중재한 공로를 인정해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공식 추천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페샤와르대 지역연구학과장 사이드 후세인 샤히드 소헤르와르디 교수는 블룸버그 통신에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미국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를 훼손하고 싶지 않지만, 이란이라는 이슬람 형제국과의 관계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파키스탄은 매우 불안정한 입장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냉전 시절 소련을 타격할 수 있도록 미국에 공군기지를 내주는 등 가깝게 지냈지만, 파키스탄이 핵 개발에 나서면서 미국의 제재를 당해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또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전쟁을 하면서 파키스탄 영공이나 영토를 이용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커졌고,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에 파키스탄이 핵심 파트너가 되면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바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무역 협상을 벌이고 있고, 인도와 갈등이 이어지고 있어 파키스탄 입장에서는 이를 중재해 줄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다만 블룸버그 통신은 파키스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 중국이며 군사적으로도 수년간 중국산 무기에 의존하고 있어 미국과 더 가까워지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소헤르와르디 교수는 "미국과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이나 이웃국인 이란과 함께할 수밖에 없다"며 "파키스탄은 균형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는 곡예와도 같은 줄타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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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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