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방 "병역법에 징집조항 미리 만들 것"
자원입대 부족하면 징병제 전환…"2029년까지 전쟁 준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병역법에 징집 조항을 미리 만들어놓고 자원입대가 부족하면 곧바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22일(현지시간) ARD방송에 출연해 "현재 마련 중인 법안에 두 가지 규정을 명시해 인력이 충분하지 않을 때만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또 병력 증강에 필요한 훈련장과 막사 등이 2∼3년 안에 마련될 것으로 본다며 병영 수용 규모가 병력을 넘어설 때가 징집을 시작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4년째 징병제를 되살릴지 논의 중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징병제 재도입을 일단 보류하고 만 19세 남녀에게 복무 의사와 능력을 설문한 뒤 자원입대를 받는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병력 증강 목표를 대폭 상향하면서 병역제도 재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2029년까지 전쟁에 대비해야 하며 전쟁 능력을 갖추려면 현재 약 18만명인 연방군 병력을 26만명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당초 국방부 목표치는 20만3천명이었다.
안보 분담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1월 취임한 뒤로는 유럽에 주둔하는 미군이 철수할 수도 있다는 불안도 커졌다. 나토는 독일에 7개 여단, 4만명의 병력을 증원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정책분석센터(CEPA)에 따르면 현재 미군 유럽사령부(EUCOM) 산하 미군은 8만4천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3만8천700명이 독일에 주둔한다.
유럽 안보당국자들은 러시아가 몇 년 안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을 침공할 수 있다고 꾸준히 경고해 왔다. 최근에는 이같은 주장이 갈수록 구체화하고 있다.
브루노 칼 독일 연방정보국장은 최근 러시아가 나토의 집단방위 조항이 실제로 작동하는지 시험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했다. 나토 조약 5조는 회원국 중 하나가 공격받으면 모든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공동 방어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실제로 발동된 사례는 2001년 미국 9·11 테러 때가 유일하다.
독일 연방군은 최근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서부 국경 근처에 병력을 늘렸으며 2020년대 말까지 나토와 대규모 분쟁에 대비해 산업구조와 지휘체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이 독일과 유럽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러시아군 병력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약 100만명에서 올해 150만명으로 늘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러시아 국방비가 EU 27개 회원국 전체보다 많다며 "침략을 위한 장기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러시아의 유럽 침공설은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라며 "(유럽 정치인들이) 더 많은 예산을 끌어내고 경제, 사회 분야의 실패를 변명하기 위해 국민을 속이고 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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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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