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김민재는 반 박자 빠르게 도달했고, 타는 반 템포 늦게 도착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택은 과연 옳을까.
독일 ‘RAN’은 지난 23일(한국시간) 뮌헨의 수비 재편 방향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김민재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요나탄 타에 대해 “업그레이드가 아니다. 오히려 리스크”라며 일침을 날렸다.
유니폼을 입고 43경기 3593분을 소화했고, 리그에서만 2289분을 출전했다. 이는 키미히에 이어 팀 내 두 번째로 많은 출전 시간이다. 특히 김민재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킬레스건 부상을 안고 강행군을 소화했다.
김민재는 휴식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동료들의 줄부상으로 제대로 쉬지 못했고, 계속해서 바이에른 후방을 지켰다.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우려를 표할 정도로 '혹사의 아이콘'이 됐다. 그 덕분에 바이에른은 지난 시즌 레버쿠젠에 내줬던 마이스터샬레(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되찾아왔다. 김민재도 한국 선수 최초로 유럽 5대리그 중 두 개 리그를 제패한 주인공이 됐다.
김민재는 지난 2022-2023시즌 나폴리에서 세리에 A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뒤 분데스리가까지 제패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바이에른은 김민재와 작별을 고려 중이다. 독일 현지에서는 후반기 들어 실수가 너무 많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바이에른 보드진은 적절한 제안을 받는다면 김민재를 해외로 내보내길 원하며 이미 요나탄 타까지 영입했다.
언제나 바이에른에 남아서 증명하겠다고 외치던 김민재도 마음이 바뀌었다. 폴크는 "김민재는 올여름 방출 후보 중 한 명이다. 김민재 본인도 매력적인 제안을 받는다면 팀을 떠나는 걸 꺼리지 않는다. 그는 뮌헨에서 활약에 대한 비판을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전했다.
김민재의 이적을 두고 바이에른의 언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지에서도 바이에른의 지난 시즌 혹사가 여전히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바이에른은 무리하게 클럽 월드컵에도 김민재를 데려가려고 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준 김민재이기에 PSG, 리버풀 등 여러 빅클럽과 연결되고 있다.
김민재는 시즌 막판 부상으로 아예 결장했다. 6월 A매치에도 결장할 정도로 부상 회복이 지연됐다. 현지 매체에서 클럽 월드컵 출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김민재를 바이에른이 차출하면서 큰 충격을 줬다. 정작 조별리그에서는 못 나서고 있다.
심지어 막스 에베를 바이에른 단장이 직접 클럽 월드컵을 앞두고 열린 기자 회견에서 김민재에 대해서 언급했다. 거취도 거취지만 김민재에 대한 언급의 핵심은 '부상'에 관한 것. 그는 바이에른 구단의 혹사로 인해 김민재의 부상이 악화됐다는 루머에 대해 부인하기도 했다.
에베를 바이에른 단장은 "김민재는 아킬레스건 때문에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김민재의 건강을 위험에 빠트렸다는 말을 많디 들었다"라고 입을 열더니 "우리는 김민재의 부상을 악화시킨 적이 없다. 오히려 항상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잘 관리해줬다"고 주장했다.
혹사를 부인한 에베를 바이에른 단장은 "김민재가 휴식을 취하고 건강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했을 뿐이다. 아마 며칠 내로 훈련을 재개하면 팀에 합류할 계획이다"라면서 "그리고 그가 돌아오면 주전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수비수가 많아서 김민재도 경쟁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런 이유는 바로 김민재의 매각의 리스크 때문. 타를 영입하긴 했으나 뱅상 콤파니 감독의 전술과는 상대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는 상황이다. RAN은 이 점을 지적했다. 레버쿠젠식 스리백서 좋은 모습을 보이던 타가 콤파니식 하이라인 포백서는 부진할 수도 있다는 것.
핵심은 속도였다. 표면적으로는 타와 김민재 모두 시속 33km/h대의 최고 속도를 찍었지만, 실전에서 중요한 건 순간 가속. RAN은 “김민재는 짧은 시간 안에 도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반면 타는 가속에 시간이 걸리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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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라인을 쓰는 팀에겐 치명적인 차이다. 심지어 콤파니 감독은 유럽 축구 전체를 찾아봐도 가장 극단적으로 라인을 올리는 팀. 김민재는 공수에서 끊임없는 압박 가담과 공수 전환을 담당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레버쿠젠식 스리백과는 격차가 큰 것.
거기다가 수비력을 나타내는 지상 경합도 결과는 같았다. 김민재는 지난 시즌 51% 성공률에 경합 자체도 타의 두 배 이상. 방향 전환, 민첩성 등 수비수의 본질적인 능력에서 김민재가 앞섰다. 단순히 ‘덩치 좋은 센터백’으로는 뮌헨의 수비를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다.
RAN은 “김민재는 압박 상황에서도 커버가 가능한 선수고, 하이라인 전술에 딱 맞는다. 타는 레버쿠젠에서 쓰리백으로 뛰던 선수라 전술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콤파니 체제에서 김민재의 전술 적합도는 어느 선수보다 뛰어났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김민재도 지난 시즌 부상 여파 속에서 실수가 있었다. 하지만 현지 평가는 “통증을 안고도 뛰어온 지난 6개월을 감안하면, 건강한 김민재는 여전히 팀 내 최고 수비수”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타의 영입이 ‘강화’가 아닌 ‘교체’ 그 이상을 의미하지 못한다면, 바이에른의 선택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