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기구 회의 앞두고 '입장 요구'…각국 반응은 제각각
[美 이란 공격] 美관리 "중남미, 美와 이란 중 어느 편에 설지 선택해야"
미주기구 회의 앞두고 '입장 요구'…각국 반응은 제각각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및 이란의 보복 천명과 관련,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국가들은 "어느 편에 서 있을지" 선택해야 한다고 미국 국무부 고위 관계자가 23일(현지시간) 주장했다.
EFE통신·아르헨티나 '페르필'·멕시코 '엘우니베르소' 등 언론들에 따르면 미 국무부 고위 관료는 25∼27일 앤티가바부다에서 열리는 55차 미주기구(OAS) 총회를 앞두고 현지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중동 내 긴장 국면과 미국의 '개입'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면서 OAS 회원국에 명확한 의견을 표명할 것을 촉구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란 정부를 '테러 후원 정권'이라고 규정하며 "각국이 테러 후원국을 지지할 것인지 미국을 지지할 것인지 응답해야 한다"며 "(중남미 각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건지 돌아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미주기구는 미주 지역 국가 간 연대와 협력 제고라는 목표로 미국 주도로 1948년에 창설한 다자간 협의체다.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을 비롯해 34개국이 회원국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페르필은 미 국무부가 OAS 총회에서 이란에 대한 규탄 결의를 끌어내려 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남미 국가들은 미국의 무력 개입에 제각각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전쟁은 인류의 가장 큰 실패'라는 프란치스코 교황(1936∼2025) 메시지를 인용한 뒤 "멕시코는 항상 평화를 추구할 것"이라고 에둘러 미국의 결정을 비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 야만두 오르시 우루과이 대통령도 '벙커버스터'를 동원한 미국의 공습에 큰 우려를 표했다.
지난 2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인류의 적"이라고 맹비난했던 베네수엘라, 쿠바, 니카라과는 아예 공식 성명을 내 "중동 갈등을 확대하는 동시에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하는 미국의 행위를 강하게 비난한다", "이란 국민과 정부에 연대의 뜻을 보낸다"는 등의 선명한 반미(反美) 메시지를 냈다.
반면 미국·이스라엘과 밀착하고 있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타격 결정을 정당화하는 내용의 글들을 엑스에 공유하며 미국 정부에 지지 의사를 보냈다.
아이티 치안 악화와 베네수엘라 정치 불안 등도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OAS 총회에서는 알베르트 람딘 신임 사무총장(수리남 전 외교장관)이 처음으로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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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