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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후난민] ⑿카메룬 사헬지대 척박한 땅을 가다

연합뉴스

2025.06.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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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로 가뭄·홍수 모두 심해져"…무성한 숲은 '옛말' 무장단체 테러 위험에 긴장감…국경지역서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준동
[아프리카 기후난민] ⑿카메룬 사헬지대 척박한 땅을 가다
"기후변화로 가뭄·홍수 모두 심해져"…무성한 숲은 '옛말'
무장단체 테러 위험에 긴장감…국경지역서 나이지리아 보코하람 준동

(마루아 <카메룬> =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맨살을 드러낸 대지와 띄엄띄엄 보이는 나무들.
연합뉴스 취재팀은 지난 9일(현지시간) 기후변화와 난민 문제를 취재하려고 카메룬 북부에 위치한 도시 마루아를 찾았다.
카메룬 수도 야운데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한 시간 만에 북쪽으로 약 800㎞를 날아 오후 2시50분께 마루아 공항에 도착했다.
착륙을 5분 앞두고 비행기 창문을 통해 지상을 내려다보자 척박한 땅이 눈에 들어왔다.
끝없이 펼쳐진 평지는 메마른 흙색으로 가득했으며 그나마 작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면서 강인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나와 지면을 밟는 순간 정신이 약간 혼미하다고 느낄 정도로 더웠다.
온도는 섭씨 36도로 수도 야운데보다 5도 이상 높았다.
활주로는 태양이 내뿜는 열기를 이겨내지 못한 듯 쫙쫙 갈라져 있었다.

마루아는 카메론에서 사헬지대 초입으로 볼 수 있다.
카메룬 내 10개 주(州) 중 하나인 최북단주(Far North Region) 주도다.
인구는 약 80만명이라고 유엔난민기구(UNHCR) 관계자가 설명했다.
마루아는 경제적으로 목화 재배 등 농업과 목축업이 발달했고 극빈층이 많은 지역이다.
주민의 상당수는 무슬림(이슬람교도)이고 오랫동안 사헬지대에서 유목이나 농경 생활을 해온 풀라니족 등 여러 종족이 살고 있다.
공항에서 유엔난민기구 차를 타고 마루아 중심지로 30분가량 이동하는 동안 시골 정취가 한껏 느껴졌다.
진흙 벽돌로 만들어진 집이 많았고 아이들이 우물에서 물을 뜨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주민들은 어른, 어린이 가릴 것 없이 나무 밑에 모여서 쉬고 있었다.
집 내부에서는 마땅히 더위를 식힐 방법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아프리카에서는 더위가 삶을 제약하는 중요한 요인인 셈이다.
소, 염소, 말 등 가축들이 먹을 것을 찾아 천천히 움직이는 장면도 여러 차례 목격됐다.
도로에는 빠르게 달리는 오토바이가 유난히 많았다.
마루아에 도착한 뒤 지방정부 당국자를 만나고 유엔난민기구 현지 사무소를 방문하느라 몇시간 보냈는데도 더위에 몸은 벌써 지쳤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 직원은 "오늘은 그렇게 더운 것도 아니다"며 싱긋 웃었다.
마루아 기온이 3∼5월에는 40도를 훌쩍 넘는다고 하니 이해가 됐다.
마루아를 포함한 카메룬 최북단주는 기후변화의 한복판에 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사하라 사막이 남쪽으로 확대되면서 물과 경작지 등이 줄었다.
여기에 예측할 수 없는 홍수, 가뭄 등 자연재해가 잦아지면서 주민들의 고통을 키웠다.

모니크 루다코고라 유엔난민기구 마루아 현장 사무소장은 "최북단주에서 우기가 짧아지고 가뭄이 심해졌다"며 "비가 한 번에 많이 쏟아지는 폭우가 빈번해진 점도 문제"라고 우려했다.
카메룬 최북단주에서 보통 우기는 보통 6월 중순부터 10월까지 해당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는다.
취재팀이 1주간 카메룬에 머물 때 모기가 생각만큼 많이 보이지 않았다.
루다코고라 사무소장은 "더울 때는 모기가 사라졌다가 한번 비가 내리면 갑자기 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말라리아 감염 걱정으로 모기에 물리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있었는데 '모기도 더위에 힘을 못 쓰는구나'하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났다.
숙소 내 수도꼭지에서는 녹물이 나왔고 페트병에 담긴 생수로 양치질을 해야 했다.
한국에서 별 생각없이 썼던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새삼 느끼게 됐다.

취재팀은 마루아에서 차를 타고 마가, 마요차나가 등 여러 지역으로 이동할 때 황량한 땅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동행한 유엔난민기구 직원은 "5∼10년 전만 해도 나무가 무성했는데…"라며 "비가 적게 내려도 버틸 수 있는 나무만 살아남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마루아 서쪽에 위치한 마가호수는 장기간 가뭄의 영향으로 면적이 크게 줄었다.
유엔난민기구 관계자는 마가호수 가장자리의 제방에 서서 멀리 반대편 보이는 땅이 이웃 국가 차드라며 "예전에는 호수가 너무 크고 수면이 끝도 없이 펼쳐지면서 차드 영토가 안 보였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최북단주 주민들은 마가호수에서 물고기를 잡고 그 물을 농업용수로 쓴다.
기후변화로 소중한 물이 줄면서 주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카메룬 최북단주는 기후변화뿐 아니라 이슬람 무장 세력의 테러 위험에 시달리고 있다.
최북단주는 나이지리아 북동부 보르노주와 접한다.
나이지리아의 악명 높은 보코하람 등 무장 단체들은 10여년간 국경을 넘어 카메룬 북부에서도 민간인들을 상대로 테러를 일삼았다.
유엔난민기구 마루아 사무소의 치안 담당자는 "(카메룬 최북단주에서) 2021년 이후 한동안 보코하람의 준동이 줄었다가 작년부터 다시 활발해졌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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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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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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