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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세에겐 '흔들기' 안 통한다, 벤클 직후에 삼진 잡고 미소…159km 광속구보다 빛난 평정심

OSEN

2025.06.2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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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지형준 기자] 2회초 만루 위기를 넘긴 한화 폰세가 포효하고 있다. 2025.06.14 /jpnews@osen.co.kr

[OSEN=대전, 지형준 기자] 2회초 만루 위기를 넘긴 한화 폰세가 포효하고 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OSEN=이상학 기자] 투수에게 빠른 공, 정교한 제구, 다양한 변화구만큼 중요한 게 평정심이다. 어떤 상황에도 흥분하거나 긴장하지 않고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평정심은 좋은 투수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올해 프로야구 최고 투수로 떠오른 코디 폰세(31·한화)도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을 갖고 있다. 

폰세는 지난 22일 대전 키움전에서 5⅔이닝 1피안타 1볼넷 12탈삼진 2실점(무자책)으로 한화의 10-4 완승을 이끌며 시즌 10승에 선착했다. 개막 이후 한 번도 지지 않고 두 자릿수 승수에 도달했다. KBO리그 역대 7번째 개막 이후 선발 10연승 기록으로 한화 투수로는 최초였다. 

개막 이후 가장 긴 7일을 푹 쉬고 마운드에 오른 폰세는 최고 시속 159km 강속구를 뿌리며 강력한 구위를 뽐냈다. 삼진 12개를 잡았는데 그 중 6개의 결정구가 직구로 힘이 넘쳤다. 여기에 위닝샷 체인지업으로 5개, 슬라이더로 1개의 삼진을 뺏어냈다. 루킹 삼진만 4개로 보더라인에 걸치는 제구까지 투수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줬다. 

평정심 유지도 돋보였다. 3회 2사 1루에서 임지열 상대로 2구째를 던지기에 앞서 폰세는 주심을 맡은 문동균 심판으로부터 피치 클락 고의 지연에 대한 경고를 받았다. 피치 클락이 6초가량 남은 상태였지만 문동균 심판이 타임을 외친 뒤 폰세에게 빨리 투구할 것을 주문했다. 타자가 준비를 끝낸 상태에서 시간을 끈 것을 지적한 것이다. 올해 심판들이 유독 폰세에게 까다롭게 보는 구석이 있다. 

[OSEN=수원, 박준형 기자] 3회말 한화 폰세가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받은 뒤 당황하고 있다. 2025.03.22 / soul1014@osen.co.kr

[OSEN=수원, 박준형 기자] 3회말 한화 폰세가 피치클락 위반 경고를 받은 뒤 당황하고 있다. 2025.03.22 / [email protected]


이에 폰세가 다음 공은 세트 포지션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던졌다. 그러자 문동균 심판이 다시 팔을 들어 타임을 선언했고, 타자 임지열은 타석에서 발을 뺐다. 폰세는 문동균 심판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펴며 왜 다시 타임을 선언했는지 물었고, 이를 오해한 임지열이 발끈하면서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와 벤치 클리어링이 벌어졌다. 

큰 충돌 없이 상황이 정리되긴 했지만 폰세와 임지열이 설전을 주고받으면서 잠시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감정이 올라온 상태에선 공을 던지는 투수가 다소 불리하기 마련. 순간적인 감정으로 마운드 위 호흡과 투구 리듬이 깨질 수 있지만 폰세는 빠르게 마음을 가라앉혀 투구에 집중했다.

벤치 클리어링 이후 재개된 임지열과 승부에서 2~5구 모두 존 안으로 공을 던지며 정면 승부했다. 3연속 파울을 친 임지열은 그러나 5구째 한가운데 높게 들어온 시속 154km 직구에 배트가 헛돌았다. 벤치 클리어링 직후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폰세는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OSEN=대전, 지형준 기자] 1회초 한화 폰세가 역투하고 있다. 2025.06.14 /jpnews@osen.co.kr

[OSEN=대전, 지형준 기자] 1회초 한화 폰세가 역투하고 있다. 2025.06.14 /[email protected]


아무 일 없었다는 듯 6회 2사까지 12개의 삼진을 잡고 10승 고지를 밟았다. 경기 후 폰세는 “심판이 플레이 사인을 주길래 던졌는데 (임지열이) 타석에서 준비가 안 된 상태인 걸 인지 못했다. 심판에게 왜 타임을 했는지 물어본 것이고, 타자에게 절대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경기 중에는 경쟁심이 올라오고, 누가 뭐라고 하면 본능적으로 맞서게 된다. 임지열의 입장도 이해가 가는데 나쁜 의도가 없었다. 오해가 생긴 것이다”고 밝혔다. 

폰세는 시범경기 때부터 피치 클락 잔여 시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끈다는 이유로 심판들에게 여러 차례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KBO리그는 쉬운 곳이 아니다. 모든 팀들이 상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피치 클락을 최대한 활용해 타자들을 불편하게 하려 한다. 경기의 일부”라고 말했다. 규정 내에서 타자와 타이밍 싸움을 하는 것인데 심판 재량으로 타임 이후 구두 경고를 받는 게 반복되고 있다. 지난 3월22일 수원 KT전 개막전 때는 2회 경고 이후 보크를 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를 빼곤 같은 상황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 중이다.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투수 흔들기’가 종종 일어나는데 폰세에겐 통하지 않는다. 지난 4월15일 문학 SSG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폰세는 추운 날씨 때문에 손에 입김 불면서 던졌는데 상대팀 감독 항의로 제지를 받아 3회부터 입김을 불고 바로 공을 던지지 않았다. 입김을 불면 손으로 유니폼을 한 번 닦고 투구를 이어갔다. 당황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도 폰세는 흔들림 없이 7회까지 삼진 12개를 잡으며 무실점 투구로 이겼다. 당시 경기 후 폰세는 “타이밍을 한 번 끊고 흔들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 같다. 상대 감독님이지만 스마트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그 이후 승부욕이 생겨 더 집중해서 던졌다”고 말했다. 평정심 뒤에는 이렇게 끓어오르는 승부욕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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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학([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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