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다양한 국가·비국가 행위자들과 우호적 신뢰관계 형성
1990년대부터 '충돌 중재자' 입지 굳히는 외교노선
'이-이란 휴전' 중재국 위상 재확인한 카타르…미국도 적극 역할
카타르, 다양한 국가·비국가 행위자들과 우호적 신뢰관계 형성
1990년대부터 '충돌 중재자' 입지 굳히는 외교노선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이 23일(현지시간) 휴전에 동의했다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히면서 카타르가 최근 수십년간 쌓아온 '중재국'으로서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이란 핵시설을 직접 공급했던 미국도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에서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했다.
다만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 모두 공식 합의 발표는 하지 않고 있어, 실제 휴전 성사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이번 휴전은 카타르가 미국 측 요청을 받아 이란이 휴전안을 수용토록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서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먼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로부터 휴전안에 대한 동의를 받아낸 후, 카타르의 국왕(에미르)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와 통화해 이란 쪽을 설득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카타르 총리실과 세부사항을 조율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카타르 총리 겸 외무장관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가 이란 당국과 통화하고 휴전안에 동의토록 설득할 수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동의도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공격을 멈추면 이스라엘도 휴전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다.
카타르를 그동안 여러 중동 분쟁에서 중재 역할을 해왔다.
앞서 카타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지 1개월여만인 2023년 11월에 이뤄진 포로교환과 휴전, 그리고 올해 1∼3월 가자지구 휴전 당시에도 중재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20년 2월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사이의 휴전 및 철군 협상 타결 등을 중재해 성사시킨 것도 카타르이며, 이 밖에 2008∼2009년 수단 다르푸르 분쟁과 레바논 헤즈볼라 위기 등 수많은 상황에서 카타르가 중재역으로 활약했다.
이는 카타르가 진영을 막론하고 세계 주요국들과 지역 주변국들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의 비정부기구(NGO), 다국적기업, 무장정파, 심지어 무기밀매조직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비국가 행위자들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결망과 신뢰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덕택에 가능했다.
카타르는 수도 도하 서쪽에 1996년 건립된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미국과 국방협력협정과 주둔군지위협정을 체결해 밀접한 안보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알우데이드 기지는 중동 최대의 미군 기지이며, 미국 중부사령부(USCENTCOM)의 현장본부도 이 곳에 있다.
이란은 23일 알우데이드 기지를 공격하기 전에 미국과 카타르 측에 공격 계획을 미리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타르는 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출국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인도·파키스탄 등 아시아 주요국들과 유럽 국가들과 거래를 트고 있으며, 이란·러시아 등 서방에 적대적인 국가들과도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카타르는 또 이슬람권 일원으로서 하마스, 탈레반 등 일부 서방국이 테러단체로 보는 무장정파들과도 신뢰 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도하 등에서 이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사무실을 내주기도 했다.
카타르는 1990년대까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여겨져왔으나, 전임 국왕이며 현재 상왕인 셰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사니와 그의 아들인 현 국왕은 국제사회에서 중재자 역할을 인정받는 쪽으로 외교 노선을 잡았다.
카타르 현 국왕은 2022년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충돌 중재가 카타르 외교정책의 핵심요소 중 하나이며 그 목적은 카타르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국제적 동반자 국가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이런 외교정책을 통해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변국들의 간섭에 휘둘리지 않고 중재자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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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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