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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피트도, 관객도 시속 350km로 달렸다…영화 'F1:더 무비'

중앙일보

2025.06.23 22:00 2025.06.24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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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F1:더 무비'의 한 장면. 브래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F1:더 무비'에서 원 팀으로 활약하는 댐슨 이드리스(왼쪽)와 브래드 피트.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최고 시속 350km. 보통의 자동차 운전자들은 평생 경험해보지 못할 속도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 F1(포뮬러 1)에 참가한 선수들은 첨단 공학 기술로 설계된 자동차에 몸을 싣고 질주 본능에 목숨을 건다.

할리우드 영화 ‘F1:더 무비’(25일 개봉)는 제목 그대로 세계 최고 명성의 자동차 경주인 F1을 소재로 한 영화다. F1은 먼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본능의 질주(Drive to Survive)'로 만들어졌고, 이 시리즈는 2019년 첫 시즌이 소개된 후 지금까지 총 7개 시즌이 만들어졌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자동차 못지않게 카 레이서들의 갈등과 욕망, 예측할 수 없는 승부, 경기 뒤의 경영진, 팀의 전략 등의 스토리가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번엔 극 영화이고, 주연 배우가 브래드 피트다. 과연 볼 만할까? 의구심이 먼저 든다. 스토리가 뻔하고, 레이싱 장면이 지루하면 어떡하지? 결론부터 말하면 'F1:더 무비'는 균형 잡힌 연출, 생생한 현장감과 숨 막히는 속도로 관객에게 F1의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솔직히 선수들 간의 갈등, 팀의 좌초 위기와 극복 등의 스토리는 다소 뻔하다. 하지만 영화는 이 서사를 딛고 탄탄하게 끝까지 질주한다. 러닝 타임 2시간 30분이 지루하지 않다.

영화는 베테랑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가 최하위 팀에 합류해 천재적인 신예 드라이버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는 이야기를 담았다. 소니는 20대 때 신예 스타로 주목받았으나 경기 중 큰 사고를 겪고 업계를 떠났다. 그러다 옛 동료 루벤(하비에르 바르뎀)이 그를 찾아오며 루벤이 이끄는 팀 APXGP 소속 레이서로 F1에 출전하게 된다.

F1엔 보통 10개 팀 정도가 참여하고, 한 팀에선 두 명의 드라이버가 함께 출전하는데, 그는 '아들 뻘'의 젊은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와 팀이 된다. 그런데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APXGP팀은 랭킹 하위이고, 이번 대회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팀이 팔릴 위기다. 나이도, 경력도 격차가 나는 두 선수의 융합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젊은 선수 조슈아에게 소니는 폼만 잡는 꼰대로 보이고, 소니에겐 조슈아가 SNS나 마케팅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애송이로 보인다. 더구나 나이 든 소니에게 이번 F1 무대는 아무래도 마지막 기회가 될 듯하다.



짜릿한 레이싱, 체험형 연출

 'F1:더 무비'의 한 장면. 왼쪽이 옛 친구(브래드 피트)를 다시 트랙으로 불러낸 루벤(하비에르 바르뎀).
F1 무대의 떠오르는 신예로 열연한 댐슨 이드리스.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이야기는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전형적인 '언더독(underdog)' 서사다.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로 가능성이 '애매한' 팀이 말 그대로 좌충우돌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서사와 캐릭터는 약간 오글거리는 클리셰에도 불구하고 감정 이입을 위한 브릿지 역할을 적절하게 해냈다. 이제 몰입의 관건은 F1의 짜릿한 레이싱 세계를 어떻게 구현해내느냐다. 이게 절대 쉽지 않은 일인데,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매우 정교한 카메라 세팅과 사운드 연출로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어냈다. 앞서 '탑건:매버릭'(2022)에서 활공 액션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솜씨가 이번에도 빛을 발했다.

관객은 카메라 위치와 앵글에 따라 때로 관중석에 있다가, 어느 순간에 트랙 지표면에서 보고 있는가 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운전석에 앉아 있다. 체험형 연출 효과다. 클라우디오 미란다 촬영 감독은 각각의 레이싱 카 15대에 다각도 촬영이 가능한 신기술 카메라를 설치해 한 번에 총 12개의 각기 다른 각도에서 촬영했다고 한다. 여기에 한스 짐머는 긴장감 넘치는 사운드와 강렬한 음악으로 몰입감을 더했다.



브래드 피트, 이걸 해냈네

'F1:더 무비'의 한 장면. [사진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60대에 레이싱 선수 역할이라니. 그러나 제작자이기도 한 브래드 피트는 이걸 해냈다. 군살 없이 관리된 몸은 레이스 수트를 진짜 선수처럼 소화했다. 츄리닝 바지에 티셔츠만 입고 달려도 돋보이는 스타성은 여전하다. 과거 서부 영화 주인공처럼 조금은 삐딱하고 거칠고, 아슬아슬한 캐릭터에 탁월한 기량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쓸쓸히, 쿨하게 떠난다. 브래드 피트는 이 영화를 위해 수 개월간의 드라이빙 훈련과 체력 단련을 해 실제로 고속 주행을 소화했다고 한다. 그는 "고속으로 코너를 도는 순간에 차 안에서 느껴지는 힘은 가속도로 인해 어깨에서 머리가 떨어져 나가는 것만 같다"고 했다. 실제로 그 '미친 속도'를 느껴봤다는 얘기다. 브래드 피트와 호흡을 맞춘 댐슨 이드리스 역시 젊음과 미모로 풋풋한 매력을 발산했다.



F1을 알아가는 재미

영화를 통해 F1에 대해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공기의 저항과 싸우는 자동차 제작은 최첨단 공학 기술의 결정이자, 팀워크의 결과다. 플랜 A, B, C등 치밀한 전략이 있어야 하고, 이 전략에 타이어 경도(단단함 정도)와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된다.

영화는 F1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실버스톤에서 열리는 영국 그랑프리부터 일본 그랑프리의 스즈카 서킷 등 전 세계 F1 서킷을 누비며 촬영됐다. 일곱 차례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오른 루이스 해밀턴등 세계적인 현역 F1 드라이버들이 참여했다. 특히 루이스 해밀턴은 영화의 코치로 참여해 실제 레이싱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전문가들은 레이싱 장면의 동선 디자인, 스턴트 드라이빙에도 참여해 영화의 리얼리티를 끌어올렸다.

개봉(25일)을 앞두고 영화 'F1 더 무비'는 24일 오전까지 예매량 8만명을 넘기며 박스오피스 1위를 예약했다. 브래드 피트의 매력과 함께 이 영화가 관객을 극장으로 얼마나 불러 모을지 주목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이은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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