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올해 신흥시장 국채와 주식에 투자한 성과가 선진국에 투자한 것보다 더 나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현지시간)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JP모건의 정부 채권 신흥시장지수(JP모건 GBI-EM)와 모건스탠리 신흥시장지수(MSCI EM)는 올해 들어 약 10% 올랐다.
같은 기간 FTSE 세계국채지수(FTSE WGBI)와 MSCI 선진국지수(MSCI WI)는 각각 6.6%, 4.8% 상승해 신흥시장 지수 상승률에 못 미쳤다.
신흥시장이 트럼프발(發) 무역 전쟁에서 최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투자자들이 변덕스러운 미국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 달러 자산에서 벗어나 다각화를 추구하면서 신흥 시장에 대한 관심을 높인 까닭이다.
프린시펄 피니스테어의 최고투자책임자 데이미언 부체는 "갑자기 신흥시장 현지 통화 채권이 다시 매력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수년간 소외된 채 저평가 영역에 있거나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매력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신흥시장에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올해 들어 신흥시장 주식과 채권에 투자하는 글로벌 펀드는 220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정점을 찍었던 지난 4월 순유출 규모 때문이다. 5월 이후로는 11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골드만삭스 CEEMEA 경제 담당 공동책임자 케빈 달리는 "신흥시장 현지 통화 자산은 수년간 과소 투자 상태에 있었다"며 "자금이 조금만 유입돼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나인티원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그랜트 웹스터는 JP모건의 GBI-EM에 편입된 많은 국가의 금리가 인플레이션을 고려할 때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이는 해당 국가 채권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했다.
또한 달러 약세가 신흥시장 통화들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면서 중앙은행들이 차입 비용을 낮출 여지를 제공했고, 이는 주식과 채권 시장을 지지하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JP모건 애셋 매니지먼트의 신흥시장 주식 전략가 난디니 라마크리슈난은 "신흥시장 통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인하할 여지가 더 커졌다"며 "이는 주식 시장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중국 기술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진 점도 신흥시장 투자 성과의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라마크리슈난은 "글로벌 투자자로서 중국의 혁신과 지배력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흥시장 랠리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지속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달리는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주식부터 신흥시장 통화에 이르기까지 다른 위험 자산들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던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상관관계가 깨졌는데 그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금은 미국 국채에 국한한 위험 프리미엄 증가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HSBC의 다중 자산 전략 담당 최고책임자 맥스 켈터는 지금 상황은 2010년대와 매우 다르다며 당시에는 주로 신흥시장의 과도한 부채 문제가 중심이었지만 "지금은 같은 문제가 있지만, 선진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