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에서 이란 상황과 핵무기 위협을 둘러싸고 설전을 벌였다.
24일(현지시간) 리아노보스티, AP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영어로 "러시아는 이란에 핵무기를 공급할 의도가 없다"며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달리 핵확산금지조약(NPT) 당사국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와 관련해 나는 목표 달성에 실패한 미국의 이란 공습을 비난했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과 SNS상에서 핵무기 관련 설전을 벌인 뒤 한 걸음 물러선 듯한 태도다.
2008∼2012년 러시아 대통령을 지낸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앞서 미국의 이란 핵 시설에 대한 폭격을 비판하며 "여러 국가가 이란에 핵탄두를 공급할 준비가 됐다"는 글을 게시했다.
이 글은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메드베데프 전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N 단어'(핵·Nuclear)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그와 다른 국가들이 이란에 핵탄두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한 말을 들은 것인가"라며 "그가 정말 그렇게 말했나, 아니면 나의 상상 속 허구일 뿐이었나?"라며 응수했다.
그러면서 핵 공격 위협을 그렇게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된다며 이런 점이 메드베데프 부의장과 푸틴 대통령의 차이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이란에 대한 공습이 미국의 핵 잠수함 위력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가 이란에 핵무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누가 더 많은 핵무기를 가졌는지를 두고 논쟁하면 안 된다"며 "내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아직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러시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10년 체코 프라하에서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과 전략 핵무기 감축을 목표로 하는 뉴스타트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 조약은 2023년 러시아의 참여 중단 선언으로 내년 2월 만료될 위기에 있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이제 그다음에 어떻게 되느냐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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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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