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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은 당권, 3년뒤 '큰 건' 있다…박찬대·정청래 세게 붙는 이유

중앙일보

2025.06.24 02:10 2025.06.24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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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약속했던 박찬대·정청래 의원(가나다순)의 당권 경쟁이 빠르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원내대표(박찬대)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정청래)으로 호흡을 맞췄던 두 의원은 수적 우위에 기반한 민주당 입법 드라이브의 쌍두마차이자, 모두 친명(親明·친이재명) 중의 친명이라는 ‘찐명’이다. 하지만, 전날(23일) 박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2강 대진표가 짜인 뒤부터 두 사람은 자신의 상대적 강점을 부각하는 방식으로 은근히 상대의 약점을 노출하는 등 긴장도를 높여가고 있다.

박 의원은 전날 김어준씨 유튜브에서 “정청래는 축구 경기에서 기회가 오면 반드시 골을 넣는 스타플레이어, 저 같은 경우에는 같이 뛰면서 플레잉 코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일부 친여(親與)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자기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는 정 의원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자 정 의원은 24일 MBC라디오에서 “권투로 치면 저는 강력한 인파이터, 박 의원은 약간 아웃복서라고 볼 수 있다”고 응수했다.
더불어민주당 8·2 임시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한 박찬대(오른쪽)·정청래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8월 전당대회부터 반영 비율이 크게 늘어난(40%→56%) 권리당원 투표를 겨냥한 구애 전략도 차이가 있다. 박 의원은 이재명 정부의 코드를 맞추는 데 방점이 있다면, 정 의원은 선명한 개혁의지를 강조하는 데 애쓰고 있다.

박 의원은 2021년 이재명 대선 경선 캠프 수석대변인부터 2022년 비서실장→최고위원→2024년 원내대표 등 이 대통령과 두 차례 대선, 당 지도부를 함께한 인연을 공개 석상이나 인터뷰 때마다 강조한다. 그는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면서도 방명록에 “정의로운 통합과 유연한 실용으로 빛의 혁명을 완수하고 국민주권 시대를 열어가겠습니다”라고 적는 등 통합과 실용주의라는 정부 국정 기조를 강조했다.

반면, 정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3개월 내로 전광석화처럼 해치울 강력한 개혁 당대표를 기대하는 분들은 저를 선호할 것”이라며 “통합이나 협치, 이런 공은 대통령에게 돌리고 당에서는 설령 부딪히더라도 다수결 원칙에 의해서, 법사위원장 때처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도 “주저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폭풍처럼 몰아쳐라. 이것이 당원의 명령”이라고 쓰며 선명성을 내걸었다.

예상과 달리 두 사람의 날카롭게 맞붙는 건 사실상 다음 총선 공천권이 걸린 선거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남긴 임기 1년의 당 대표를 뽑는 보궐선거이지만, 1년 뒤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정기전당대회에서 연임할 공산이 크다. 연임하면 임기가 2028년 8월까지고, 같은 해 4월 총선이 있다.

2024년 6월 17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박찬대 당시 원내대표(오른쪽), 정청래 당시 최고위원(왼쪽)이 당 최고위원회의 도중 전달된 메모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다들 말은 안 하지만 사실상 3년짜리 당 대표라는 꿈을 안고 선거를 뛰는 분위기”라며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어느 쪽에 줄을 서야 다음 공천에 유리하냐’는 농반진반의 질문도 오간다”고 전했다. 친명계 중진 의원은 “부자(父子)끼리도 나누지 않는 게 권력”이라며 “박 의원과 정 의원은 원내대표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하면서 호흡을 맞췄을 뿐이지 생사고락(生死苦樂)을 함께한 동지라고 볼 수는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심과 달리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대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가 가득한 당심을 겨냥해 두 사람은 연일 이 대통령과의 짧은 거리를 과시하려 애쓰는 중이다. 박 의원은 전날 출마 선언 때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신었던 것과 같은 운동화를 신었고,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2007년 대선 당시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정통들)에서 이 대통령과 함께 활동하던 사진을 올렸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이 대통령과 누가 더 가깝고,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누가 더 필요하냐는 역할론·필요론·관계론이 이번 선거의 핵심”이라며 “지금이야 ‘명심’(明心·이 대통령의 마음)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 당원 여론도 쪼개졌지만, “‘명심’이 간접적이나마 드러나는 순간 그쪽으로 확 쏠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하준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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