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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에너지 위기 요인의 다양화, 에너지 안보로 대응해야

중앙일보

2025.06.2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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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세계 어딘가에서 전쟁이 발생했거나, 주요국의 무역정책이 변경된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우리는 그 뉴스의 경중에 상관없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가 무역에 크게 의존하고 동시에 필수재인 에너지를 대부분 수입해야 하므로 뉴스의 원인보다는 그 현상이 국내에 미칠 영향을 더 염려하기 때문이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일어서는 사자(Rising Lion)’라는 작전명으로 이란의 핵시설과 군사시설을 공습했다. 이에 유가는 13일 장중 배럴당 78.5달러로 급등해 전날보다 13% 상승했고, 국제 금융 시장에서는 주가와 금리 하락, 안전통화 강세 같은 전형적인 위험 회피(risk-off) 움직임이 나타났다. 그렇지 않아도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2023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위기 등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요동치는 와중에 새로운 지정학적 위험이 가세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 21일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을 공습하면서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은 국제정치적 리스크로 확대됐고, 이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밝혔다. 유가가 배럴당 최고 130달러로 급등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 블록화, 자국 우선주의, ‘에너지 해방(Unleashing American Energy)’ 같은 에너지 정책 전환, 관세 정책 변화와 대응, 동맹국 여부, 기후변화 관련 국제 협조체제 약화 등 다양한 요인들이 국제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 국제 에너지 시장을 흔들었던 전통적인 지정학적 위험이 다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정학적 리스크들이 국제 에너지 시장을 흔들 때마다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는 위협받는다. 그런데 에너지 안보에 미치는 지정학적 리스크나 국제정치적 리스크를 시장 기능으로 해소하거나 민간 부문의 자발적 활동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기는 어렵다. 시장이나 민간 부문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야 국민 생활에 필수불가결한 물량의 에너지를 반드시 공급한다는 공공성을 유지하고, 에너지 안보의 자주성을 가질 수 있다. 정부는 먼저 국가전략 분야인 에너지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국제정치적 리스크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기민하게 살피면서 국내외 자원 개발이나 공급선 다변화 같은 에너지 안보 정책의 상승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공공-민간 부문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안보 체력을 강화해야 한다.

김윤경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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