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로컬 프리즘] 접경지 평온 위협하는 대북전단, 급한 불은 껐지만

중앙일보

2025.06.24 08:12 2025.06.24 08:4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전익진 사회부 기자

북한 측의 대남 확성기 소음에 노출돼 극심한 피해를 봐온 북한과 인접한 접경지역 주민들이 1년 만에 최근 고통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6월부터 북한 확성기 방송에 시달려오던 접경지역 주민들이 지난 12일부터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 이는 우리 군이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11일 오후 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자 북한 측도 대남 확성기 방송을 중지하고 작은 음악 소리를 내보내거나 방송을 하지 않고 호응하면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접경지역 주민들은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반응이다.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의 빌미가 된 민간단체 등의 대북전단 살포가 언제 어디서 또 재현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어서다.

지난 4월 2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서 통일촌, 대성동 마을, 해마루촌 등 파주 민간인출입통제선 내 3개 마을 주민들이 납북자가족모임의 대북전단 살포 시도에 맞서 트랙터를 몰고 나와 반대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익진 기자

실제 그동안 접경지 주민들과 지자체·시민단체 등의 총력 저지에도 수차례 대북전단을 날려온 납북자가족모임은 지난 14일부터 다음 달 10일까지 파주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살포하겠다며 집회 신고를 한 상태다. 경찰은 정부의 방침 변경에 따라 지난 11일부터 파주와 연천 지역 내 살포 예상지 31곳에 전담 기동대와 순찰대, 지역 경찰 등 250여 명을 투입해 전단 살포 예방과 제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는 대북전단 살포가 이뤄질 경우 접경지역 도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중대하게 위협할 것이라는 김동연 지사의 판단에 따라 현재 발령 중인 행정명령에 의거, 파주 등 위험지역에 대한 강도 높은 순찰과 감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지난 19일로 예정됐던 폴란드 비아위스토크시 초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한 채 대북전단 살포 저지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납북자가족모임은 24일 대북전단 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접경지역 주민들이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이날 오전 경기 동두천시 벨기에·룩셈부르크 참전 기념탑에서 한국전쟁 75주년을 맞아 참배한 뒤 “어제 정부 고위급으로부터 위로 차원의 연락받았고 식사 등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눴다”며 “약속한 대로 피해 가족들과 논의한 후 대북전단 중단 여부를 결정해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북전단 살포는 그동안 이 단체 외에도 여러 민간단체 등에 의해 최근까지도 불시에 이뤄져 왔던 만큼, 언제든지 재개될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대북전단 살포와 관련해 예방과 사후 처벌 대책을 지시한 상황이지만 재발할 우려가 남아 있는 것이다.

대북전단 살포 행위는 취지를 불문하고 남북 간 확성기 방송 중단으로 모처럼 찾아온 접경지의 평온을 위협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북전단 단체들은 남북 간에 긴장과 대치를 조장하지 않는 가운데 효과적으로 대북전단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길 바라는 접경지역 주민들의 희망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전익진([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