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그리스 동부 에게해 키오스섬에서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며 섬 전체가 잿더미로 변해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타네아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전날 키오스섬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전국 각지에서 소방 인력과 장비를 긴급 투입했다.
이날 현재 소방관 444명과 소방차 85대, 산불 진화용 항공기 2대, 소방 헬리콥터 6대가 동원됐으나 강풍 탓에 진화 작업에 큰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불길은 산림과 들판을 휩쓸며 섬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화염이 주거지 인근까지 접근해 수백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했다.
이번 산불로 키오스섬의 특산품인 마스티하 농장 피해도 우려된다. 마스티하는 키오스섬에서만 자생하는 마스티하 나무에서 채취하는 천연수지로, 의약품과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니코스 니흐타스 키오스섬 부지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금 키오스는 완전히 검게 변했다. 산 전체가 불타고 있고, 헬리콥터가 상공에서 계속 물을 뿌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저녁부터는 북동풍에서 북서풍으로 바뀌면서 불길이 마스티하 전통 재배 산지로 번질 위험이 있어 반드시 지금 산불을 진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산불과 관련해 방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현장에는 방화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전문 수사팀이 파견된 상태다. 당국은 "의심스러운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리스에서는 최근 20년 동안 산불 피해가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산불 피해 면적은 1천200㎢에 달했고, 2023에는 1천745㎢로 2011∼2020년 평균 면적보다 3배나 많았다.
전문가들은 이상 고온 등 기후 변화의 여파로 산불이 더 빈번하게 발생하고 대형 산불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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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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