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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초유의 증인 없는 총리 청문회, 이래서 협치 되겠나

중앙일보

2025.06.24 08:34 2025.06.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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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스1


자료 제출 거부, 여당선 야 의원 공격도



다수 의석 믿고 검증 절차 무력화하나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어제(24일) 증인 한 명 없는 상태로 진행됐다. 청문회 시작부터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총리 청문회에 증인 채택이 없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국민의힘 이종배 특위위원장)는 비판이 야당에서 쏟아졌다. 여당은 “야당이 증인 명단을 자꾸 바꿔 결렬된 것”(김현 의원)이라고 반박했으나 국회 다수당의 책임이 크다.

김 후보자는 재산 형성 과정에 의혹이 제기됐다. 2019년 말 마이너스 5억7701만원이던 자산이 올해 1억5492만원으로 늘었다. 5년간 7억3000여만원이 증가했으나 확인된 수입은 연 1억원의 세비 정도다. 야당은 “추징금 납부액을 포함해 8억원이 빈다”고 주장한다. 김 후보자는 2억원은 전처가 부담했고, 6억원은 각각 두 번의 경조사와 출판기념회, 장모 증여로 받은 돈이라고 해명했다. 일반 상식으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이 문제는 지난 22일 이재명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가진 관저 회동에서도 거론됐다. 이 대통령은 “청문회에서 본인의 해명을 지켜보자”고 했다. 그렇다면 김 후보자는 국민이 납득하도록 최선을 다했어야 옳았다. 국회 청문회에서 제삼자의 증언을 듣는 절차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당도 2022년 5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김앤장 법률사무소 대표를 불러 보수 20억원을 두고 송곳 질문을 이어갔다. 그런데 김 후보자 청문회에선 당사자 이외의 증언을 들을 수 없으니 온종일 문답을 해도 의혹은 그대로다.

김 후보자는 국회 요구 자료도 상당 부분 제출하지 않아 청문회에선 “무자료 총리”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증인 없이 자료도 안 내면 김 후보자의 말만 믿으라는 얘기인가. 이날 김 후보자는 한덕수 전 총리를 두고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말하더니 자료 미제출 이유를 묻자 한 전 총리의 선례를 이유로 댔다. 실망스럽다. 다수당의 힘을 믿고 국회 통과 걱정은 안 하는 듯하다. 그러나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총리의 인사청문회마저 요식행위처럼 넘기면 이어질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보나 마나다. 정부와 국회 권력을 독점했다고 국무위원 검증 절차를 무력화하면 야당과의 협치는 어렵다. 더욱이 일부 여당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오히려 야당 청문위원의 병역 문제까지 공격하니 고성이 안 나오겠나.

김 후보자 청문회가 부실하게 지나가면 앞으로도 정부·여당에선 증인 채택을 방해하고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태를 반복하지 않을지 염려스럽다. 부실한 검증은 민심의 이반을 부를 뿐이다. 이 대통령이 야당 대표 앞에서 청문회 검증을 약속했는데 총리 후보자와 여당이 안이하게 대처하는 태도는 우려스럽다. 오늘 청문회라도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고 야당과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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