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 취약한 카메룬 최북단주 마을 가보니…흙집 부서지고 금 갔는데 홍수 피해 반복
나무에 물 차는 높이 1m 정도 표시도…어린이 위험한데 제방 높이는 고작 70㎝
[아프리카 기후난민] ⒂홍수에 집 떠나왔는데…또 터전 잃을까봐 '불안'
수해 취약한 카메룬 최북단주 마을 가보니…흙집 부서지고 금 갔는데 홍수 피해 반복
나무에 물 차는 높이 1m 정도 표시도…어린이 위험한데 제방 높이는 고작 70㎝
(마루아
<카메룬>
=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4년 전부터 홍수 피해가 잦아지고 심각해졌습니다. 홍수로 가축들이 먹을 목초지가 줄어드는 등 생계 자체가 점점 쉽지 않네요."
연합뉴스 취재팀이 지난 10일(현지시간) 카메룬 최북단주 마가호수 근처의 앙두밀 마을에서 만난 은지다 부자(60) 씨는 매년 반복되는 홍수를 생각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최북단주 주도 마루아에서 차를 타고 북동쪽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햇볕이 쨍쨍한 날 방문한 마을에서는 작년까지 홍수가 할퀴고 간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흙으로 된 집들은 여기저기 훼손되고 커다란 금이 가면서 처참한 모습이었다.
마을 안쪽에서는 특이하게도 줄기 껍질에 수평으로 흠집이 난 나무들을 볼 수 있었다.
알고 보니 홍수 때 마을이 어느 높이까지 잠기는지 칼로 나무에 작은 선을 표시한 것이었다.
자연을 이용한 지혜로 볼 수 있는데 주민들이 홍수에 얼마나 불안감을 느끼는지 엿보게 했다.
마을에서는 홍수 때 물이 1m 정도 높이까지 차는 것 같았다.
마을이 그렇게 깊게 잠기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현지 주민은 "어린이들이 홍수 피해자가 될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마을에는 어린이들이 많았다.
수마가 순식간에 들이닥칠 경우 키가 작은 아이들의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것이다.
마을 가장자리에는 모래로 된 제방이 있었지만, 높이가 70㎝가량에 불과했다.
제방이 너무 낮은 탓에 폭우가 쏟아질 경우 마을이 쉽게 침수된 것이다.
또 마을에는 배수 시설이 없는 만큼 홍수에 침수되면 물이 빠지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낮은 제방과 약한 흙담 등 마을 시설물은 홍수에 너무나 취약해 보였다.
농업, 목축업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은 제방 건설 등 기술이 부족하고 가난하기 때문에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 없다.
홍수 등 자연재해가 똑같은 규모로 발생하더라도 선진국보다 훨씬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마을을 안내한 부자 씨의 경우 25년 전 홍수로 집을 강제로 떠난 아픔이 있었다.
그는 2000년 마가호수 주변의 다른 마을에서 살았는데 어느 금요일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기도하던 중 홍수에 급하게 집을 떠나 앙두밀 마을에 정착했다.
당시 다급한 순간 가족과 함께 생계 수단인 소, 염소, 양 등 가축을 데리고 물에 잠긴 마을을 나와야 했다.
부자 씨의 바람은 현재 거주하는 마을에서 홍수를 걱정하지 않고 편안하게 사는 것이다.
그는 "홍수 피해가 반복되는 만큼 지속 가능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며 "흙이 아니라 시멘트가 섞인 벽돌로 집을 만들어 내구성을 강화하고 제방을 더 튼튼하고 높게 짓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앙두밀 마을에서 홍수 피해를 줄이도록 벽돌집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