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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후난민] (16)텐트촌 엄마들의 한숨 "아이들 학교나 보냈으면"

연합뉴스

2025.06.2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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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에 집 완전히 파괴돼 10개월 넘게 열악한 생활…귀향 막막해도 소박한 꿈 나무나 물고기 팔아 근근이 생계유지…"인도적 지원 끊겨 도움 절실"
[아프리카 기후난민] (16)텐트촌 엄마들의 한숨 "아이들 학교나 보냈으면"
홍수에 집 완전히 파괴돼 10개월 넘게 열악한 생활…귀향 막막해도 소박한 꿈
나무나 물고기 팔아 근근이 생계유지…"인도적 지원 끊겨 도움 절실"

(야구아 <카메룬> =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한숨을 짓던 어머니가 예전처럼 편안한 집에서 아이들과 웃는 순간이 언제쯤 올 수 있을까.
연합뉴스 취재팀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카메룬 최북단주 주도 마루아의 서쪽 지역 야구아에서 홍수로 인한 국내 실향민이 사는 텐트촌을 찾았다.
야구아는 차드 국경과 가까운 마요다네이 지역에 속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지난해 지방정부와 협력해 야구아 변두리에 텐트촌을 만들었다.
이곳에는 텐트 90개가 있었는데 아직 실향민들이 체류 중인 텐트는 31개였다.
텐트촌에 도착하자 세월의 무게를 알려주는 듯 지저분한 시설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천이 벗겨진 채 금속 구조물이 앙상하게 드러난 텐트들이 여기저기 보였고 텐트촌 중심에는 금속자재가 어지럽게 쌓여 있었다.
텐트 옆에 나뭇가지가 높이 쌓인 광경도 눈에 띄었다.
텐트 면적은 3평(9.91㎡) 남짓하고 텐트촌 구석에 공동 화장실이 마련돼 있었다.
실향민들이 1∼2주, 길게 잡아 한 달간 머무는 것이 아니라 1년 가까이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지방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마요다네이에는 2012년부터 우기에 홍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특히 2022∼2024년 3년 연속 홍수가 발생하면서 주민들의 고통이 커졌고 작년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홍수로 4만4천 가구가 피해를 봤다.
이처럼 무서워진 홍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지방정부 당국자들의 지적이다.

야구아 텐트촌에서 만난 실향민들은 안타까운 사연을 털어놨다.
지난해 8월 홍수로 집을 잃고 이곳에 왔다는 여성 우르바 라셸(46) 씨는 아들 4명, 딸 3명 등 자녀 7명과 함께 비좁은 텐트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남편이 가족을 떠난 상황에서 아이들을 키우고 생계를 이어가는 것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었다.
라셸 씨는 피란 당시 상황에 대해 "홍수로 우리 집의 모든 것이 파괴됐고 머물 곳이 없었다"며 "모든 것을 잃은 충격에 실신했지만, 다행히 정부가 마련한 임시 거처에서 치료받고 의식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끔찍한 기억을 떠올렸다.
또 텐트촌 생활과 관련해 "마실 물이 충분하지 않고 인도적 지원도 지금 모두 끊겼다"며 "또다시 집을 잃고 떠날 가능성도 있지만 갈 곳이 마땅히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텐트촌에서 10개월 넘게 머무는 이유에 대해선 "집이 완전히 파괴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나무를 모은 뒤 시장에서 팔아 생계를 유지한다며 인터뷰 동안에도 아이 중 몇 명이 시장에 있다고 설명했다.
하루하루 힘들게 버티지만, 머릿속은 자녀들 걱정으로 가득했다.

라셸 씨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아이들이 더는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갈 수 있게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텐트촌의 다른 여성 수메이다 델핀(34) 씨는 14개월 된 아기를 안고 있었다.
델핀 씨는 작년 8월 홍수가 순식간에 집을 덮쳤을 때 시장에서 물건을 팔고 있었기 때문에 집에서 어떤 물건도 챙기지 못했다고 밝혔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숨졌기 때문에 텐트촌에서 아이 2명과 함께 지낸다고 했다.
그는 외상으로 구한 물고기를 시장에서 팔아 번 돈으로 그럭저럭 지낸다고 설명했다.
델핀 씨의 걱정도 아이들 문제였다.
그는 "첫째 아이가 이제 학교에 갈 나이가 됐지만 학교에 갈 방법이 없어 지원받고 싶다"며 "아이들은 말라리아나 병에 쉽게 걸린다"고 답답함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교사 자격증이 있기 때문에 나중에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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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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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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