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시점 두고 연준 내부 이견…시장은 "9월 인하" 기대 커져
파월 "서두를 필요 없다"…대표적 매파 부의장은 "7월 인하 지지"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내부에서 금리인하 시기와 관련해 엇갈린 견해가 표출되고 있다.
현재 금융 시장의 전망은 '9월 금리인하'에 무게가 실린 상태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7월 금리동결을 예상하는 확률은 81%, 9월 금리인하(0.25%포인트) 확률은 69%다. 9월 금리인하 확률이 일주일 전보다 16%포인트 높아졌다.
연준이 지난 18일 통화정책위원회(FOMC)를 마친 뒤 공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중간값)는 3.9%였다. 평균적으로 보면 0.25%포인트씩 두 차례 인하를 예상했다는 얘기다.
다만 세부적으로는 3개월 전과 달랐다. 동결을 예상하는 위원 수가 4명에서 7명으로 늘어났다. 반면 2회(0.25%포인트씩) 인하를 예상한 위원 수는 4명에서 2명, 3회 인하는 9명에서 8명으로 각각 줄었다.
◇ 파월 의장 등 "서두를 필요 없다"
일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4일(현지시간) 연방 하원 재무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우리는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기존의 관망(wait and see) 입장을 재확인했다.
파월 의장은 그 이유로 "경제가 여전히 강하기 때문이다. 고용 시장은 강하다"고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고용, 인플레이션, 성장 등 경제에 미칠 영향이 더 뚜렷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연준 인사들도 파월 의장과 비슷한 견해를 피력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실업률은 낮고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향하는 등 경제가 안정적인 기반 위에 있다면서 "그러나 앞으로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 공급망 조정 및 2차 효과가 일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는 현상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세가 성장 둔화와 실업률 상승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정책과 영향에 대한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덧붙이고 "통화 정책은 경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볼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두세 달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매우 긍정적이었는데 물가 안정화 경로가 순조롭게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면서도 "하지만 관세의 완전한 영향을 아직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정책 전망을 대폭 변경하기 전에 실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지난 4월 2.5%였지만 이달 18일 공개된 연준의 '수정 경제전망'은 올해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3.0%로 예상했다.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역시 최근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거리가 남아 있다"고 했다.
공식 지표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최근 국제 유가 상승을 비롯해 현재의 동향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먹 총재는 경제의 회복력이 금리동결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위험이 낮다는 점을 시사한다면서 경제가 금리인하를 정당화할 만큼 약화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관세로 인해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예상된다면서 금리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놨다.
윌리엄스 총재는 "불확실성과 관세가 소비를 억제하고 이민 감소가 노동력 성장 속도를 늦출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올해 성장률이 약 1%로 크게 둔화하고, 실업률은 현재 4.2%에서 연말에 4.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3%까지 올린 뒤 이후 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2%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윌리엄스 총재는 관세가 현재까지 경제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미 인플레이션을 소폭 상승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설 후 기자들에게 "관세 영향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앞으로 몇 달간 "연준 관계자들은 다음 통화정책 결정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도 마찬가지로 통화 정책이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밝혔다.
콜린스 총재는 주택 산업에 초점을 맞춘 발언에서 "적절히 제약적인 태도가 주택 시장에 부담을 주고 공급 개선 노력을 방해했음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안정은 지속 가능한 성장, 강력한 노동 시장, 모든 사람을 위한 경제를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는 이날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관세와 다른 정책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를 지켜볼 "어느 정도의 공간과 시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이 약 1.1%로 떨어지고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3%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바탕으로 연준이 연말에 0.25%포인트 금리인하를 승인하면 충분할 것이라고 봤다.
◇ 매파 보먼 부의장 "7월 인하 지지"
반면 연준 인사 중 가장 매파 성향(통화긴축 선호)으로 평가되는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은 전날 이르면 7월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보먼 부의장은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체코 중앙은행 주최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억제된 상태를 유지한다면 이르면 다음 (7월)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 상황에 대해선 "현시점에서 우리는 무역 관련 상황 전개나 기타 요인들로부터 의미 있는 경제적 영향을 보지 못했으며, 성장세가 다소 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지속해서 회복력을 보여왔다"고 평가했다.
물가 상황에 대해선 "높은 관세로 인한 재화 가격 상승 압력은 다른 요인들로 상쇄되고 있다"며 "또한 근원 PCE 지표의 기저 추세는 현재 지표로 보이는 것보다 2% 목표에 훨씬 가까워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작고 일회성 물가 상승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무역 협상에 따라 궁극적으로 현재보다 낮은 관세율로 귀결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는 금융 시장에서 나타나는 낙관론의 재개와 일치한다"며 "나아가 올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향을 보더라도 미국 경제의 성장한 여력이 그 영향을 작고 일회성으로 제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또 "향후 지표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우호적으로 진전돼 상승 압력이 재화 가격에만 국한되거나, 소비 둔화가 노동 시장 약화로 번지고 있다는 신호가 보인다면 이런 전개 상황을 통화정책 논의에서 다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먼 부의장은 올해 2월까지만 해도 공개 발언에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높아질 위험이 있다며 공개 석상에서 매파 발언을 이어왔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의사도 지난 20일 CNBC 인터뷰에서 7월 FOMC 회의 때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월러 이사는 "다음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고려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고용 시장이 급락할 때까지 기다린 뒤 금리인하를 개시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6개월간 관망하며 기다려왔고, 지금까지 지표는 양호했다"며 "관세가 나중에 오더라도 영향이 일회성에 그치고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월러 이사는 온건한 매파 성향으로 평가된 인물로, 월가에서는 그가 공개 발언을 할 때마다 기존 발언 대비 입장 변화가 있는지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다소 놀랍게도 지금까지 관세의 영향은 사람들이 두려워했던 수준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관세가 가격 압력에 미칠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지만 "만약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내 생각에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한) 4월 2일 이전에 내가 지칭해온 '황금 경로'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이는 금리인하를 향한 노력을 촉진하는 문을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