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세계를 위해 이란 핵 중단시켜"…휴전 너무 빨랐다는 반응도
상처 입은 이란 정권의 폭압정치 우려…"국민이 대가 치르게 될 것"
"가치있는 전쟁" "후폭풍 두려워"…희비 교차하는 이-이 국민들
"이스라엘이 세계를 위해 이란 핵 중단시켜"…휴전 너무 빨랐다는 반응도
상처 입은 이란 정권의 폭압정치 우려…"국민이 대가 치르게 될 것"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이 12일 만에 무력 충돌을 중지하면서 서로 '승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양국 국민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이란 미사일에 의해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봤음에도 "가치 있는 전쟁"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지만, 이란에서는 이번 대결을 구실로 정권의 억압적 통치가 강화될 것을 걱정하면서 "미래가 두렵다"고 호소하는 목소리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2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민들은 휴전 소식에 싸움이 끝났다는 안도감과 더불어 승리감도 표출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선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하겠다는 목표로 자국이 시작한 무력 충돌의 과정과 결과에 대체로 만족하는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휴전 직전까지 미사일로 공격했던 이스라엘 남부 베르셰바 주민 제시카 사르디나스는 이스라엘이 세계를 위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면서 "이 전쟁은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는 "핵무기를 막는 것은 가치가 없느냐. 누군가는 해야만 했다. 우리는 그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먼저 그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격 당한 건물 근처에 거주한다는 길 코헨도 "나는 안전해지고 싶다. 이란은 10년간 우리를 죽이겠다고 말해왔다. 원자폭탄을 제거했다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전쟁은 끝난 것"이라고 말했다.
유아차에 두 딸을 태우고 지나가던 한 행인도 이란이 충분한 피해를 입었는지 모르겠다면서 휴전이 너무 일찍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이란에서는 휴전을 '더 나쁜 일이 생기기 전의 잠깐의 휴식'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수도 테헤란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터라 휴전을 반기긴 했지만 국내에서 불어닥칠 후폭풍을 더 크게 걱정하는 기류다.
마리암이라는 여성은 "더 나쁜 일이 일어나기 전 숨을 멈춘 것처럼 침묵이 흐르고 있다"며 "우리는 끝나지 않을 악몽 속에 살고 있고, 무섭고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전쟁이 정말 끝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테헤란 출신 영화 제작자라고 소개한 나자닌은 이날 저녁 테헤란 혁명광장에서 열린 '승리 축하' 행사를 언급하면서 "승리 퍼레이드에서 보게 될 사람들은 모두 친정권 강경파일 뿐이다"며 "상처 입은 정권은 우리를 먹잇감처럼 덮칠 것이기에 우리는 이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가디언의 인터뷰에 응한 주민들은 당국의 검열을 우려해 모두 가명을 썼다.
또 다른 테헤란 주민 마스디는 "정권은 휴전 이후 히잡 의무 착용을 더욱 엄격하게 시행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탄압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란 정권이 이달 29일 시작되는 무하람(이슬람력의 성월인 1월)과 무하람 기간에 있는 이슬람 시아파의 최대 종교 행사 '아슈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국민적 지지를 회복하려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아슈라는 1천400년 전 이맘 후세인의 비극적 순교를 기억하는 행사인데, 이란 정부가 이 시기에 순교 문화를 더욱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학생 활동가인 사이드는 가디언에 "이슬람 공화국은 이미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모든 일이 하메네이(이란 최고지도자), 네타냐후(이스라엘 총리), 트럼프가 자존심을 부풀리려고 한 공연이었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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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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