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 담화서 이란 지지 안 밝힌 北, 러시아와 보조 맞춘 듯"
38노스 분석…"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 낮춰"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북한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비판하는 이례적 담화를 발표하면서도 이란에 대한 지지는 표명하지 않은 것은 러시아의 입장과 보조를 맞춘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대한 북한의 담화가 지난 1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회담한 뒤 나온 것 등으로 미뤄볼 때 이 같은 추정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19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비난했고, 23일에는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을 규탄했다.
이 같은 잇따른 입장 표명은 이례적인 일로, 북한이 미국이 개입한 이스라엘과 이란 간 분쟁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38노스는 짚었다.
이스라엘을 비판한 첫 담화는 이스라엘의 이란 기습 공격이 있은 지 엿새 뒤에 나왔다. 이 담화를 김 위원장과 쇼이구 서기가 평양에서 회담하고 이틀 뒤 발표한 이유는 북한이 러시아의 입장과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38노스는 해석했다.
당시 쇼이구 서기가 이스라엘의 이란 폭격 후 평양을 방문한 만큼 양측이 중동 정세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눈에 띄는 건 외무성의 담화와 문답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췄을 뿐 이란을 지지하는 표현이 빠졌다는 점이다.
이란과 반미 연대라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온 북한은 그동안 이란의 '주권수호 노력'과 '이슬람 혁명의 성과'에 대해 전적인 지지의 뜻을 여러 차례 표명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담화에서 보인 이란과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에는 김 위원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중동 정세에 대한 입장을 보고 받고 사전 조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38노스는 추정했다.
게다가 북한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수위도 낮춘 것으로 보인다고 38노스는 전했다.
북한은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 규범들을 엄중히 위반하고 주권 국가의 영토 완정과 안전 이익을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대이란 공격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국을 비판했다.
이는 지난 19일 북한이 이스라엘의 공격을 "주권 국가의 자주권과 영토 완정을 무참히 짓밟은 극악한 침략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스라엘을 "중동 평화의 암","세계 평화와 안전 파괴의 주범"이라고 격하게 비난한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표현으로 평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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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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