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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간판에 외국어 쓰면 벌금…'영어 범람' 경계

연합뉴스

2025.06.2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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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어는 의무, 외국어는 선택"…법 추진 중
러, 간판에 외국어 쓰면 벌금…'영어 범람' 경계
"러시아어는 의무, 외국어는 선택"…법 추진 중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러시아에서 외국어로만 쓰인 간판을 규제하는 러시아어 보호법이 추진되고 있다.
일상에서 '오픈'(open), '세일'(sale), '타워'(tower) 등 외국어가 남용되는 것을 막고 러시아어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서다.
25일(현지시간) 러시아 일간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에 따르면 이 법은 러시아 하원(국가두마)와 상원(연방평의회)을 통과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두고 있으며 내년 3월 1일 시행될 예정이다.
이 법은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정보를 반드시 러시아어로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단, 러시아 내 소수민족 언어는 예외로 허용한다.
나이키(Nike), 아이폰(iPhone) 등 브랜드는 그대로 영어로 사용할 수 있다. 카푸치노, 라테 등 외국어로 된 커피 이름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가게가 영업 중이라는 표시로 '오픈'이라고 적은 간판을 세울 수는 있지만, 반드시 '열었다'는 의미의 러시아어를 키릴문자로 병기해야 한다. 즉 러시아어는 의무, 외국어는 선택 사항이다.
주거단지 이름은 키릴문자로만 표기해야 한다. 이 법 시행 이전에 승인된 건물은 예외다.
이러한 사항을 위반하면 5천∼1만루블(약 8만7천∼17만4천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주거단지 이름에 외국어만 쓰였을 경우 벌금은 10만∼50만루블(약 174만∼870만원)로 더 많다.
러시아에서는 간판뿐 아니라 사무 용어 속 외국어 남용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렉세이 주라블료프 하원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소련 붕괴 이후 외국어, 특히 영어 범람이 시작했다"며 협력을 '콜라보레이션', 청소를 '클리닝', 회의를 '콘퍼런스콜' 등 영어로 대체하는 현실을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공식 문서나 TV 등에서 외국어 대신 같은 의미의 러시아어를 사용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위반 시 벌금을 부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언어학자 세르게이 하프로프는 기술 발전이 외국어, 외래어 유입의 근본 원인이라며 "각종 분야에서 주도권을 쥐고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그에 맞는 러시아어 이름을 만들어 세계에 보급하면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러시아가 서방과 대립하며 정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지역에서 우크라이나어 교육이 폐지될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러시아는 역사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2일 역사 교과서 집필진과 회의를 열고 소련의 제2차 세계대전 활약과 승리, 최근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했던 러시아 접경지 쿠르스크 수자의 탈환 과정 등을 새 역사 교과서에 자세히 수록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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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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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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