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 10명 중 7명이 미국을 세계 평화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영국 싱크탱크 국가사회연구소(NatCen)가 25일(현지시간) 발표한 ‘안보 위협과 국방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4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2%가 미국을 세계 평화에 대한 ‘매우 심각하거나 꽤 심각한 위협’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해 9∼10월 같은 문항에 대해 36%가 미국을 위협으로 본 것과 비교해 정확히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은 북한(67%), 이란(67%), 중국(63%)보다 더 높은 위협 인식 수준을 보였다. 지난해 해당 국가들을 위협으로 본 비율은 각각 77%, 78%, 69%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전반적으로 하락했다.
러시아는 응답자의 90%가 여전히 위협으로 인식해 가장 높은 수치를 유지했다. 이스라엘을 위협으로 본 응답자 비율은 지난해 73%에서 67%로 소폭 낮아졌다.
영국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임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과 크게 차이를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노벨평화상을 받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 왔다. 최근에는 파키스탄이 그를 공식적으로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하기도 했다.
잔프랑코 아다리오 국가사회연구소 연구국장은 영국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은 지난해 미국 대선과 트럼프 취임 100일을 거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조사에서는 그 원인을 구체적으로 묻지 않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살펴볼 만한 흥미로운 주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하반기 실시된 ‘영국 사회 태도 조사’에 따르면 국방비 증액을 지지한 응답자는 40%로 나타났다. 이어 38%는 현 수준 유지를, 20%는 삭감을 원했다. 정부 지출 중 국방비를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는 응답자는 9%로, 2021년 2%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