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을 배우고 싶은데 우리 학교엔 관련 학과가 없어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방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들리던 이야기다. 이제는 다르다. 전남의 인문대생이 서울 공대의 AI 수업을 듣고, 강원의 예술대생이 반도체 설계를 배우는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혁신을 이끈 힘이 2021년 시작된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COSS, Convergence and Open Sharing System) 사업이다.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이 사업은 AI, 빅데이터,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18개 첨단 분야의 컨소시엄에 67개 대학, 106개 사업단이 참여해 교육과정을 공동 개발·운영하는, 국내 고등교육사에 전례 없는 협력 모델이다.
산업은 융합형 인재를 요구하지만, 전통적인 대학은 학과와 전공의 경계를 넘기 어려웠다. COSS는 그 벽을 과감히 뛰어넘는다. 대학 간 장벽을 허물고, 전공 간 칸막이를 제거하며, 수도권-지방 간 교육 격차를 해소하는 ‘경계 없는 교육’을 지향한다. 지난 3년의 성과는 그 방향이 옳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총 13만 건의 수업 이수, 2만여 건의 마이크로디그리 취득, 5000여 건의 산업 멘토링이 이루어졌고, 메타버스 실습실에서 전국 학생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새로운 교육 생태계가 형성됐다.
이런 혁신 교육이 집약된 프로그램이 바로 ‘CO-WEEK ACADEMY’다. 올해로 4회차 행사가 오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강원도 평창에서 열린다. 전국 3400명의 학생이 모여 132개의 첨단 기술 강좌를 자유롭게 수강하며, 참가한 90개 사업단은 학점도 인정한다. “작년 CO-WEEK에 참가한 뒤 AI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는 한 참가자의 말처럼, CO-WEEK는 진로의 전환점이 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올해는 해외 대학 및 국내 유학생까지 참여의 폭을 넓혔다. 강원도와 평창군은 평창올림픽기념관, 월정사 등 문화탐방 프로그램도 운영해 대한민국의 혁신과 전통을 함께 알릴 계획이다.
물론 과제도 있다. 지속가능한 혁신을 위해선 학점 인정 체계, 공동 교원 제도, 안정적 재정 지원 등 제도적 기반 강화와 더불어 무엇보다 경쟁보다 협력을 중시하는 대학 문화의 전환이 절실하다. 대학이 울타리를 걷어내고, 학생들에게 진짜 선택권을 제공하고, 산업계와 힘을 합친다면 COSS 사업이 약속한 고등교육의 빛나는 미래는 예상보다 빨리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 이번 CO-WEEK ACADEMY가 기술을 넘어 사람으로, 경쟁을 넘어 협력으로 고등교육의 빛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현장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