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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가 있는 아침] (283) 산은 옛 산이로되

중앙일보

2025.06.2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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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자효 시인
산은 옛 산이로되
황진이(1506∼?)

산은 옛 산이로되 물은 옛 물 아니로다
주야에 흐르거든 옛 물이 있을소냐
인걸도 물과 같도다 가고 아니 오는도다
-병와가곡집

시간의 힘
참으로 그러하다. 산은 언제나 그곳에 그 모습 그대로 있건만 물은 옛 물이 있을 수 없다. 끊임없이 흐르는 것이 물의 속성일진데 옛 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물은 또한 일정한 형상도 없다. 그래서 노자는 최상의 가치는 물과 같은 것(上善若水)이라고 했던가?

인걸도 물과 같다.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 그 많은 인걸들을 데려가다니, 시간의 힘 앞에서 장안의 호걸들은 다 무력하게 사라져 갔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시인 황진이는 기생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매한 문학성과 빼어난 예술성으로 많은 문인들과 교류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그녀의 시조들은 절제된 언어 속에서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철학적 사유가 녹아 있어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이별의 노래로도 손색이 없다.

불안한 시대, 올여름 장마의 한때를 황진이의 시조를 읊으며 마음을 달래시기를….

유자효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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