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인(仁·어짊)의 실천방법을 묻는 제자에게 “장인이 일을 잘하려면 먼저 도구를 제대로 준비해야하듯이 사람이 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현명한 사대부나 선비부터 받들고 사귀어야 한다”고 답했다. 공자는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사귀려 하지 않고, 못한 사람과 어울리면서 인(仁)을 실천하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것은 마치 굴삭기를 버리고 삽으로 땅을 파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라고 여긴 것이다.
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본받을 만한 현명한 이가 있어야 함은 물론, 그런 현명한 사람이 현명함을 발휘할 만한 사회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장인이 역량을 잘 발휘하려면 작업환경이 안전해야 한다. 설령 현명한 분을 모셔왔다 하더라도 판이 노름판이면 배우는 건 노름일 수밖에 없고, 성능 좋은 기계가 있다한들 작업환경이 안전하지 못하면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기계의 성능이 좋을수록 재해가 더 클 수 있다. 현자마저 타락시키는 환경에서 타락한 현자로부터 배워 함께 벌이는 추행은 “보다보다 이런 일 처음 본다”는 분노를 낳는다. 도구를 쓸모 있게 준비하되 도구로 인해 다치지 않고, 따라 배우되 배운 자가 더 나쁜 짓을 않은 세상이라야 한다. 엘리트 사회와 노동현장의 현명함과 안전함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