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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이스라엘-이란 전쟁의 미래

중앙일보

2025.06.25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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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국제부 기자
‘12일 전쟁’이 일단 끝났다. 인구 920만 명(이스라엘)의 소국이 9300만 명(이란)의 대국을 지략과 힘으로 눌러버렸다. 압도적 차이였다. 군 지휘부, 핵 과학자 같은 이란의 핵심 인재들은 말 그대로 침대에서 자다가 죽었다. 이스라엘의 불굴의 민족성에 전율하는 한국인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란을 치기 직전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통곡의 벽을 찾아 벽돌 사이에 종이쪽지를 끼워 넣었다. 유대인들은 통곡의 벽에 소원을 적은 종이를 꽂아두면 이뤄진다고 믿는다. 쪽지에는 구약의 민수기 23장의 한 구절이 쓰여 있었다. “보라, 이스라엘인들이 암사자처럼 일어서고, 수사자처럼 우뚝 서리라.”

지난 12일 통곡의 벽을 찾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로이터=연합뉴스]
민수기에 언급된 암사자는 히브리어로 ‘라비’, 수사자는 ‘아리’다. 라비와 아리를 암수가 아니라, 젊은 사자와 힘차고 위엄 있는 장년의 사자로 해석하는 랍비와 신학자도 있다. 오히려 이쪽이 더 많은 듯하다. 마르틴 루터 역시 1545년 성서에서 “보라, 이스라엘인들이 젊은 사자처럼 일어서고, 수사자처럼 우뚝 서리라”고 번역했다.

그러면 민수기의 구절은 드러누웠던 어린 사자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노련한 성숙기의 사자로 차츰 웅비하는 자태를 묘사한 게 된다. 2023년 10월 기습을 받고 잠시 휘청였지만, 전열을 가다듬은 뒤 가자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를 궤멸로 몰아넣고,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에 굴욕을 안겨준 지금의 이스라엘에 어울린다.

중동의 평화는 아직 멀었다. 이란의 핵능력이 영구적으로 파괴됐다는 증거가 없다. 이란은 시간을 벌어 재건에 들어가려 할 것이다. 이스라엘 역시 하마스 등 주변 무장 단체와 전쟁을 마무리해야 한다. 휴전은 다음 결전을 앞두고 쉬어가는 단계에 불과하다.

아마 다음 전쟁은 가공한 형태를 보일 것이다. 민수기의 다음 구절이 “사자는 움켜쥔 것을 먹고 피를 다 마시기 전까지 눕지 않을 것이다”로 이어지는 건, 그 전조처럼 느껴진다.

이스라엘의 승리의 바탕은 ‘사자’에 걸맞은 불굴의 투지와 용맹함이다. ‘높은 산봉우리’와 ‘대국’에 주눅 들어 ‘주변 봉우리’, ‘소국’을 자처하는 비루함 따윈 보이지 않았다. 다음 전쟁의 승자 역시 사자의 용기를 가진 쪽일 것이다.





박현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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