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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식량안보 지켜야

중앙일보

2025.06.2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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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원장
산불·폭염 등 잦은 자연재난, 신종 병충해와 꿀벌 괴사, ‘금사과’ 논란, 기후플레이션 등 과거엔 경험하지 못한 기후위기 현상을 자주 접한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한국에 수입되는 닭고기의 86.1%(2024년), 한국 닭고기 소비의 20%를 차지한다. 그런데 조류독감(AI) 때문에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이 일시 금지됐으나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자 다시 부분 수입을 허용하며 혼선을 빚었다. 농업 대국 미국에서는 계란 파동이 벌어졌다. 이 모두 기후위기와 관련 있다고 분석된다.

경험 못한 기후위기 현상 잦아
농민들, 새 정부에 기후농정 주문
국민인식 변화, 정부 조직 개편을

일선 현장의 경험 많은 농업인들은 급격한 기후변화로 매년 새롭게 농사짓는 것처럼 낯설다고 토로한다. 재난을 줄이기 위한 영농 비용이 증가하고, 농민의 수익 감소가 심각하다. 농업인 단체들은 대선 과정에서 새 정부의 핵심 농정으로 ‘기후 농정’을 주문하면서 식량 주권을 대폭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자연재난 대응과 농가소득 안정 등 농업의 지속가능성뿐 아니라 국민의 먹거리와 생활물가 안정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 대선에서 주요 후보들의 공약을 보면 기후위기에 따른 재난에 대한 농업인의 경영 지원, 보상 체계 강화를 강조했다. “기후재난과 식량 위기 등 국가 안전을 위한 국가의 책임성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정작 국민 먹거리의 안정적 생산 및 공급에 대한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았다. 기후위기에 대한 부분적 대응뿐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재편하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해 초 금사과 파동 당시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과수 산업 경쟁력 제고 대책’을 발표했다. 과수생육협의체를 통해 피해 우려 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 및 농가 기술지도 강화, 재해 예방시설 사전 점검, 방제 약제 살포 적기 알림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과 생산량을 전년보다 16.6% 증가시켜 금사과 논란을 잠재우는 성과를 냈지만, 다양한 품목의 생산 불안정과 수급 불안은 반복되고 있다.

기후위기 상황에서 농업의 지속성과 식량 안보를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기후 적응형 생산기반시설 강화 및 스마트 농업 확대, 기후 적응 기술과 품종 개발 강화, 인공지능·디지털 기반 예측·관측의 고도화도 요구된다. 기후정보 제공 강화, 국제 농산물시장 대응 능력 제고, 농업인 재해지원 강화 등 종합적인 대책도 나와야 한다.

특히 과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후변화에 체계적으로 대응·적응하는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농림축산식품부만이 아니라 환경부·기상청 등 범부처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

국제통상 및 농산물시장 환경의 변화와 기후위기 와중에 국내 농업은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해외 조달도 어려워지고 있기에 식량안보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상존한다. 따라서 한국 국내상황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미국·중국·일본·유럽·브라질 등 한국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나라들의 농업 상황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연구도 중요하다.

문제를 좀 더 객관적이고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합리적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전문가의 융합적 협동연구도 필요하다. 최근 일본에서 주식인 쌀 가격이 평년보다 약 배로 급등했다. 이런 현상은 쌀 소비 감소에 대응해 지난 50여 년간 지속해온 쌀 생산 감축 정책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기후위기 속에서 기존 정책 틀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정책 기조의 대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에 대한 국민 인식도 달라져야 하고, 정부 조직개편도 필요하다. 최근 대선 국면에서 환경부를 ‘기후에너지부’ 또는 ‘기후환경부’ 등으로 개편해 기후변화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자는 공약이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농림축산식품부에도 ‘친환경 농업과’ 차원의 소극적 차원을 넘어서서 탄소 중립, 에너지 전환, 식량 위기 대응 등을 종합적·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 부서를 설치해 농업 시스템 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농업·농촌의 다양한 공익 기능과 역할이 강조되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농업을 통한 국민의 안정적 먹거리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홍상 농정연구센터 이사장·전 농촌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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