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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송미령 장관은 양곡법 부작용 줄이는 데 직을 걸라

중앙일보

2025.06.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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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오른쪽)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농해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장관직 유임에 따른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성룡 기자


쌀 재배면적 사전 감축하는 대안 이미 보고



원안대로 추진할 거면 자리 있을 필요 없어

새 정부에서 유일하게 유임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송 장관이 윤석열 정부 시절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등 농업 4법을 ‘농망(農亡)법’이라고 비판하며 대통령(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 장관 유임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주의 인사라는 평가도 있지만 조국혁신당·진보당과 농민단체는 유임 철회를 주장했다. 여당 내부에선 “농민에 대한 기만”이라는 반발이,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정부 부역자”라는 비판이 나왔다.

농업 4법은 시장 원리에 어긋나고 농민에게 과도한 특혜를 주는 과잉 입법이란 점에서 대다수 전문가가 반대한다. 양곡관리법은 쌀값이 평년 가격보다 급격하게 떨어질 경우 정부가 남는 쌀을 강제로 매입하는 내용이다. 쌀 생산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공급 과잉이 심해지고, 남는 쌀 매입에 매년 1조원이 낭비된다. 쌀 외에 다른 농작물 가격이 기준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차액을 보상하는 농수산물가격안정법 등 다른 법도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양곡관리법 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하지만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농민 표를 얻기 위한 무리한 공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건 실용주의를 표방한 새 정부의 자세는 아닐 것이다. 과거 민주당 정부에서도 부담스러워 밀어붙이지 못했던 양곡관리법이다. 송 장관은 어제 국회에서 과거 ‘농망법’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국회와 상의해 가장 좋은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농림부는 지난 19일 국정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벼 재배면적의 사전 감축을 강화하는 조건을 달아 초과 생산량을 의무매입하는 양곡법 절충안을 제시했다. 지난 정부의 거부권에 막힌 양곡법보다는 재정 부담을 덜 초래한다는 점에서 그나마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민주당 색채가 강한 농림장관이 새로 임명됐다면 농민단체 눈치를 보느라 기존 양곡법과 다른 대안을 추진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제 송 장관을 향해 국민의힘은 “기회주의적 처신”이라고 공격했고, 여당은 “윤석렬 정부 때와는 달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송 장관은 지속가능한 농정과 아주 유연한 실용주의를 강조했다. 장관 유임이 결정되자 송 장관은 “분골쇄신하겠다”고 했다.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농정을 어떤 방향으로 이끄는지가 중요하다. 그가 ‘농망법’으로 불렀던 농업 4법이 실용정부답게 고쳐져 지속가능한 농정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송 장관은 합리적인 수준의 양곡법 등 농업 4법 대안 마련에 장관직(職)을 걸어야 한다. 농민단체와 국회 설득에 실패하고 별로 개선되지 못한 농업 4법을 재추진할 분위기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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