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올스타 2회 내야수 케텔 마르테(32)가 경기 도중 서럽게 울었다. 한 팬의 도를 넘어선 모욕에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고, 애리조나 팀 전체가 같이 분노했다. 결국 문제의 팬은 무기한 출입 금지 철퇴를 맞았다.
애리조나는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레이트필드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를 4-1로 이겼지만 마음껏 웃지 못했다. 핵심 선수 마르테가 한 팬으로부터 당한 모욕적인 사건 때문이었다.
‘MLB.com’에 따르면 7회 마르테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관중석의 한 팬이 그의 어머니를 모욕하는 발언했다. 마르테의 어머니는 2017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뜬공으로 물러난 뒤 덕아웃으로 향하던 마르테가 문제의 팬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중계 화면에 잡혔다.
한 번 터진 감정은 쉽게 주체할 수 없었다. 7회 수비 중에도 마르테는 흐르는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이닝 중 투수 교체 때 토레이 로불로 애리조나 감독과 유격수 헤랄도 페르도모가 마르테를 안아주며 위로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로불로 감독도 울컥했다. 그는 “끔찍한 순간이었다. 정말 못된 팬이다. 도가 지나쳤다. 난 우리 선수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면서 “9년간 마르테를 알고 지냈다. 정말 멋진 순간들도 많았지만 삶 속에서 아주 힘든 시간도 겪어온 선수다. 우리 모두 사람이고, 감정을 갖고 있다. 마르테가 오늘 상처받는 걸 봤고, 그를 지켜주고 싶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말했다.
애리조나 케텔 마르테가 팬으로부터 어머니 관련 모욕적인 말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MLBTV 캡처
로불로 감독도 문제의 팬이 마르테에게 문제의 발언한 것을 직접 들었다. 제프 배니스터 벤치코치와 함께 구장 보안 요원을 불러 문제를 제기했고, 해당 팬은 즉시 퇴장 처리됐다. 로불로 감독은 “유니폼을 입고 뛰는 일을 선택한 우리는 많은 것을 견딜 수 있다. 하지만 선을 넘을 때, 우리도 사람이 된다. 오늘 일어난 일은 정말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싫다”며 팬들의 관심과 평가, 비판을 받는 프로 선수로서 참을 각오가 됐지만 이날은 선을 넘은 것이라고 했다.
팀 동료 페르도모도 분노했다. 그는 “마르테는 즐겁게, 열심히 야구하는 선수라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속상하고, 화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반드시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신 이런 짓을 못하게 해야 한다. 이런 일이 메이저리그에 있어선 안 된다. 그 사람은 무조건 출입 금지시켜야 한다”며 “야구는 팬들을 위한 스포츠다. 팬들이 와서 응원을 하는 건 좋지만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문제의 팬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됐다. 26일 ‘ESPN’에 따르면 마르테에게 문제의 발언을 한 22세 남성 팬은 메이저리그 전 구장에서 무기한 출입 금지 조치를 받았다. 이 팬은 자신의 부적절한 발언을 인정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지만 마르테의 상처는 쉽게 치유될 수 없다.
[사진] 애리조나 케텔 마르테.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충격적인 일을 겪었지만 마르테는 경기를 끝까지 다 소화하는 프로 정신을 발휘했다. 1회 선제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활약했다. 다만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경기 후 구단을 통해 정중하게 인터뷰를 고사했다.
한편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스위치히터 내야수 마르테는 2015년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데뷔한 뒤 2017년부터 애리조나에서 뛰고 있다. 11시즌 통산 1157경기 타율 2할8푼2리(4248타수 1199안타) 158홈런 547득점 OPS .826을 기록 중이다. 2018년과 지난해 두 차례 올스타에 선정됐다. 특히 지난해 136경기 타율 2할9푼2리(504타수 147안타) 36홈런 95타점 OPS .932로 활약하며 내셔널리그(NL) MVP 투표 3위에 올랐고, 실버슬러거 상도 받았다.
지난 4월에는 애리조나와 6년 총액 1억1650만 달러에 연장 계약도 맺었다. 거액의 장기 계약에도 긴장감을 풀지 않은 마르테는 올해도 53경기 타율 3할2푼(194타수 62안타) 15홈런 32타점 OPS 1.03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갱신할 기세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