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기후난민] (21)니제르 난민 인터뷰 끝내 불발…군정 보도에 예민
니제르 군정, 자립·개발에 방점 두고 인도주의 단체에 '냉랭'
(니아메
<니제르>
=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기자가 이달 초 기후 난민 취재차 아프리카 출장에 나섰을 때 최대 고민은 니제르 일정의 불확실성이었다.
니제르 정부로부터 난민 취재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흐르는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
아프리카의 많은 권위주의 국가는 외국 언론의 취재를 엄격하게 통제한다.
연합뉴스가 출장국가로 정한 서아프리카 카메룬과 니제르도 미디어 허가가 나와야 취재가 가능한 국가다.
취재팀은 카메룬과 니제르 정부로부터 입국에 필요한 비자와 미디어 허가 절차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보고 두 달 전부터 일찌감치 출장을 준비했다.
카메룬의 미디어 허가는 다행히 출국일인 6월 7일을 며칠 앞두고 나왔지만, 문제는 니제르였다.
5월 하순 니제르 정부에 미디어 허가와 관련한 서류를 냈지만,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았다.
결국 찝찝한 마음으로 첫 출장지인 카메룬행 비행기를 탈 수밖에 없었다.
1주간 카메룬 일정을 마친 후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14일 카메룬 야운데에서 니제르 수도 니아메로 이동한 뒤 미디어 허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유엔난민기구(UNHCR) 니제르 대표부는 니제르 당국과 접촉을 시도했다.
애타는 마음과 달리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유엔난민기구가 준비한 난민 인터뷰, 난민들과 지역 사회 주민들의 나무 심기, 기후변화 정부 담당자 인터뷰 등 다양한 일정이 수포가 될 위기에 놓였다.
귀국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을 때까지 미디어 허가가 나오지 않자 기자는 유엔난민기구와 협의해 온라인으로 난민들과 인터뷰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그러나 니제르 당국이 난민에 대한 어떤 종류의 인터뷰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온라인 인터뷰마저도 이뤄지지 못했다.
기자는 예정대로 귀국행 비행기를 타면서 아쉬운 마음에 이런저런 추측을 할 수밖에 없었다.
니제르 정부의 까다로운 태도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선 2년 전인 2023년 7월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니제르 군부는 자국 내 부정적 모습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니제르 군정은 그동안 서방 언론을 비롯한 외국 언론의 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올해 5월 니제르 북부 아가데즈에서 러시아와 관련해 보도한 민영 라디오 기자 3명을 체포하는 등 언론인에 대한 체포·구금 사례가 잇따랐다.
또 니제르 군부는 경제 정책의 방향으로 자립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에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 비정부기구(NGO) 관계자는 "니제르 군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식량을 비롯한 인도적 지원을 받는 것보다 경제 개발이나 자립에 더 방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니제르에서는 국민 과반의 하루 생활비가 세계은행이 정한 절대빈곤선인 2.15달러(약 3천원)를 밑돌 정도로 빈곤이 심각하다.
니제르 정부는 오랫동안 빈곤 문제를 해결할 경제 개발을 고민해왔는데 현 군사 정부가 들어선 뒤 이런 경향이 한층 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니제르 군부는 자국을 식민 통치했던 프랑스에 대한 경제·군사적 의존을 벗어나려고 노력해왔다.
니제르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과 맞섰던 프랑스군은 모두 철수했다.
니제르가 친서방 성향의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에서 탈퇴하고 말리, 부르키나파소와 상호방위조약인 사헬국가동맹(ASS 또는 AES)을 체결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니제르에서 국제기구나 NGO는 인도주의 활동에 제약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ECOWAS의 제재로 베냉과 니제르를 연결하는 수송로가 막힘에 따라 니제르 내 NGO들이 인도주의 물자를 반입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이달 초 니제르 사무소 폐쇄와 외국인 직원 철수를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니제르 외무부는 ICRC에 사무소 폐쇄와 외국인 직원의 출국을 명령했으며 ICRC는 이를 철회하기 위해 니제르 당국과 대화에 나섰으나 무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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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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