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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기후난민] (22) 미국 원조축소에 벼랑끝 내몰린 난민 현장

연합뉴스

2025.06.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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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카메룬 내 유엔난민기구 사무소 4곳으로 줄고 직원 수 '반토막' 교육·의료·식량·식수 등 각종 서비스 차질…ID카드 발급도 난항
[아프리카 기후난민] (22) 미국 원조축소에 벼랑끝 내몰린 난민 현장
인카메룬 내 유엔난민기구 사무소 4곳으로 줄고 직원 수 '반토막'
교육·의료·식량·식수 등 각종 서비스 차질…ID카드 발급도 난항

(야운데·니아메=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해외 원조 축소 발표는 국제 인도주의 단체들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
연합뉴스가 지난 7일(현지시간) 기후난민 취재차 2주 동안 서아프리카 카메룬과 니제르를 방문했을 때 미국의 인도적 지원 감소가 난민들의 삶을 더욱 벼랑 끝에 내몰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22년 2월 발발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향으로 유럽 등 국제사회의 지원이 줄어든 아프리카에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미국은 그동안 유엔난민기구(UNHCR) 기부금의 약 40%를 차지해온 이른바 '큰손'이다.
미국의 변심에 유엔난민기구는 현장 인력을 대폭 줄이는 등 사업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세사르 음바브 칠롬보 유엔난민기구 카메룬대표부 부대표는 지난 8일 카메룬 야운데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미국의 지원 축소가 올해 우리의 활동에 미친 재정적 영향이 매우 크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우리는 대응 조치로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했다"며 "생명을 구하는 보호 조치 등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에 활동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들에게 피난처, 식량, 식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뿐 아니라 난민을 위한 정신건강 지원, 언어·직업훈련, 아동·청소년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하지만 중대 위기를 맞았다.

칠롬보 부대표는 "우리가 수년 동안 쌓아온 모든 노력이 무너질 수 있다"며 인도적 지원의 감소가 난민 보호, 아동 교육, 의료 서비스, 식수 위생 등 전반적인 부분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예컨대 현재 카메룬 내 난민의 39%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깨끗한 식수를 마실 수 있는 난민은 약 32%에 불과하다.
그러나 유엔난민기구 카메룬 대표부의 재정 악화로 이 수치들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유엔난민기구는 최근 몸집을 크게 줄일 수밖에 없었다.
7개였던 카메룬 내 유엔난민기구 사무소는 야운데, 마루아 등 4곳으로 줄었고 이들 사무소의 총직원은 194명에서 94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줄어든 인력으로 폐쇄된 사무소 3곳의 사업을 계속 진행하느라 유엔난민기구 직업들의 업무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한다.
칠롬보 부대표는 "우리는 미국 행정부와 협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유엔난민기구는 미국 정부와 파트너십을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니제르 내 유엔난민기구의 곤혹스러운 상황도 카메룬과 다르지 않았다.
  파트리스 은고르 디오 유엔난민기구 니제르대표부 부대표는 지난 17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원조 축소에 대해 "유엔난민기구의 모든 활동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았는데 특히 아동에게 제공하는 교육과 관련한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에 대한 젠더기반폭력(GBV)과 관련한 활동이 제약받고 의료 서비스는 사람들의 생명을 직접 살리는 활동으로 제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니제르에서 식량 지원을 받는 난민의 수도 크게 줄고 있다며 "유엔난민기구는 이런 어려운 시기에 지속적인 인도적 지원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유엔난민기구는 카메룬과 니제르에서 모두 난민 ID카드 발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고 전했다.
카메룬의 경우 난민 약 44만명 중 3만2천명 정도만 ID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인도적 지원이 줄어들면 ID카드를 받는 난민이 적어질 수밖에 없다.
ID카드가 없는 난민은 체포될 위험이 높고 경제 활동, 이동의 자유 등 권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칠롬보 부대표가 전했다.

유엔난민기구뿐 아니라 국제이주기구(IOM) 등 다른 인도주의 국제기구들도 미국 행정부의 지원으로 활동에 애를 먹고 있다.
국제이주기구는 미국의 지원금 비중이 컸던 남아메리카 지역 사업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제구조위원회(IRC)는 올해 3월 초 "미국의 원조 삭감으로 수백만 명이 위험에 처했다"며 "인도적 재앙이 실시간으로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구조위원회는 전쟁과 분쟁, 재난, 기후 위기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의 생존과 회복을 지원하는 국제기구다.
아울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미국의 해외 원조 축소가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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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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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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