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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에서 불태우고 싶었다”… 기성용, 서울 아닌 포항 선택

OSEN

2025.06.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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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박준형 기자] FC서울 기성용  2024.03.10 / soul1014@osen.co.kr

[OSEN=박준형 기자] FC서울 기성용 2024.03.10 / [email protected]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박준형 기자]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하나원큐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수원FC의 경기가 진행됐다.후반 FC서울 김경민의 추가골 때 기성용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 2023.07.12 / soul1014@osen.co.kr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박준형 기자] 12일 오후 서울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2023 하나원큐 프로축구 K리그1 FC서울과 수원FC의 경기가 진행됐다.후반 FC서울 김경민의 추가골 때 기성용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 2023.07.12 / [email protected]


[OSEN=우충원 기자]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FC서울의 상징이자 주장으로 오랜 시간 헌신했던 기성용(36)이 끝내 서울 유니폼을 벗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기성용은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울과 결별하게 된 배경과 그동안의 고민, 그리고 팬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을 직접 밝혔다. 

기성용은 “응원해주신 팬분들을 생각하며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남긴다”며 말문을 열었다. .

이어 “최근 김기동 감독과의 면담에서 팀의 향후 계획에 내가 포함돼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은퇴를 결심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지만 가족과 친구, 동료들의 만류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됐다”며 이적을 결심하기까지의 과정을 털어놨다.

기성용은 “아직도 내 안에 축구에 대한 열망이 남아 있다는 걸 느꼈다. 단 몇 분이라도 뛰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감추는 게 너무 괴로웠다”며 “이건 단순한 미련이 아니라, 선수로서 마지막까지 나답게 끝내고 싶은 간절함”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구단에 이 같은 뜻을 전달한 뒤 기성용은 박태하 포항 감독으로부터 직접 연락을 받았다.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려주신 박 감독님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며 “서울을 떠난다는 현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지만 선수로서의 마지막 길을 포항에서 다시 시작해 보려 한다”고 밝혔다.

가장 미안한 대상은 역시 팬들이었다. 기성용은 “서울이 아닌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건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며 “이 상황이 너무 낯설고 팬들 생각에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 많았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아 죄송하다”고 말했다.

기성용에게 FC서울은 단순한 소속팀이 아니었다. 그는 “서울은 나의 고향이자 자존심이었다. 누구보다 이 팀을 사랑했고 집착했다. 마지막까지 상암에서 불태우고 싶었지만 마음처럼 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함께한 동료들과 팬들은 내 축구 인생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존재”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기성용은 끝으로 “이제는 낯선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서겠지만, 마지막까지 행복하게 뛰는 모습으로 보답하고 싶다”며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주시고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서울에서 시작된 그의 축구 인생은 유럽 무대와 국가대표팀을 거쳐 다시 친정으로 돌아왔지만, 마지막은 다른 유니폼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다음은 기성용의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기성용입니다. 응원해 주시는 팬분들을 생각하며 무겁고 죄송한 마음으로 글을 올립니다.

얼마 전,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팀의 계획에 제가 없다는 것을 듣게 됐습니다. 이제 은퇴해야 하는 시점이구나 생각하게 되어 그럼 은퇴하겠다고 감독님께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제 뜻을 존중한다 하셨습니다.

그런데 가족들, 그리고 제가 믿고 의지하는 축구인들이 아직은 선수로서 충분히 더 할 수 있다고 만류했고, 혼란 속에 며칠 냉정히 저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직은 충분히 더 뛸 수 있으며, 더 뛰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단 몇 분을 뛰더라도 뛰고 싶은 이 마음을 억지로 사그러뜨리는 것이 선수로서 참 괴롭고 힘들었습니다. 물론 노장으로서 이것이 내 욕심인 걸까 깊이 고민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 마음에만 집중해 봤을 때 ‘뛰고 싶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이기적일지 모르지만 가장 제 솔직한 마음인 것 같습니다. 선수로서의 마지막을 이렇게 무기력하게 끝내기보단, 기회가 된다면 최선을 다해 그라운드를 누비고 좋은 모습으로 은퇴하는 것이 팬들에 대한 보답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구단에 제 마음을 말씀드리고 저를 필요로 하는 팀을 기다리고 있을 때, 포항 박태하 감독님께서 가장 먼저 선뜻 제가 필요하다고 연락을 주셨고 이적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쉽지 않은 결정이셨을 텐데 품어주신 박태하 감독님께도 정말 감사드립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이 놀라실 거고 받아들이기 힘드실 것이라는 것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서울이 아닌 곳에서의 선수 생활은 단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어, 저도 아직 이 상황이 낯설기만 합니다. 서울 팬 분들을 생각하면 정말 마음이 아프고 아직도 잠이 잘 오지 않습니다. 제가 부족해서 이런 상황이 온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저에겐 참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부디 제 결정을 이해해 주시고, 축구 선수로서 남은 시간 모든 것 쏟아붓고 행복하게 축구하는 모습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길 감히 부탁드려 봅니다.

FC서울은 제 고향입니다. 제 자존심이기도 합니다. 저만큼 이 팀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을 만큼 이 팀에 집착했고, 이곳에서 마지막을 불태우고 싶었고, 참 사랑했습니다.

지금껏 함께했던 동료들과 FC서울 팬들이 제 인생엔 잊을 수 없을 만큼 소중했고 또 소중합니다. 깊은 애정과 응원으로 늘 저를 일으켜 주었던 여러분들의 그 사랑은 늘 감동이었습니다. 저 또한 여러분들을 향한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을 약속드리고, 영원히 가슴에 담아 가져가겠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선수들 많이 응원해 주시고 힘이 되어주세요! 이런 소식으로 인사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감사했습니다. 사랑합니다. / [email protected]


우충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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