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개선 나서도 돌아온건 미사일…'이란 이웃' 6개국 전전긍긍
이란의 카타르 미사일 공격에 사우디 등 외무장관 긴급회의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격적인 휴전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에선 오히려 긴장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지역 내 군사 강국인 이란이 이웃 국가들을 상대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등 걸프 6개국 외무장관들은 카타르 도하에서 긴급회의를 열었다.
이란이 휴전 직전 미국의 폭격에 보복한다는 명분으로 감행한 카타르의 미군 공군기지에 대한 미사일 공격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다.
당시 이란은 사전에 미사일 공격을 알렸고,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을 친구, 형제와 같은 카타르 정부에 대한 행동으로 절대 해석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카타르 군주(에미르)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에게 전화해 각별히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오랜 갈등 관계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던 주변 국가 입장에선 빨간불이 켜진 것과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중동 담당자인 디나 에스판디아리는 "걸프 국가에 가장 두려웠던 일이 현실이 됐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고조된 긴장에 휘말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걸프 지역 6개국은 모두 미군 기지를 자국에 유치하고 있다.
수니파 무슬림 왕정인 걸프 국가들은 시아파가 다수인 이란이 자국 내 시아파와 연계해 불안을 조장할 가능성을 경계해왔다.
수니파 국가들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 후티 반군 문제로 사실상 대리전을 치렀다.
지난 2019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석유생산시설이 이란이 배후인 공격을 받아 큰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는 미국에 '올인'하는 방식의 동맹이 갖는 한계를 절감하고, 이란과의 대화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타르와 오만은 이란과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카타르는 불안정한 걸프 지역에서 자국의 수도 도하를 비즈니스 허브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이 같은 노력이 한 순간에 모래성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됐다는 평가다.
걸프 국가들이 아무리 부유하고, 미국과의 안보 동맹을 강화해도 여전히 이란의 위협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카타르가 미사일 공격을 받았던 지난 23일 도하로 향했던 카타르항공 소속 항공기 90편 이상이 회항했다. 당시 항공기에는 2만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또한 도하발 항공편 출발이 다음 날까지 중단되면서 환승지로 도하 국제공항을 선택한 1만 명 이상의 승객도 피해를 봤다.
이와 함께 세계 최대 항공 허브 중 하나인 두바이의 영공이 폐쇄됐고, 바레인에도 전역에 경보 사이렌이 울렸다.
이 같은 상황이 이 지역 국가들의 미국에 대한 의존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정부는 미국의 입김에서 독립된 외교 정책의 필요성을 고민했지만, 이란의 위협 앞에서는 결국 미국의 보호가 불가결하다는 사실을 절감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UAE 정치학자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이란 옆에서 살아온 우리는 이란이 얼마나 다루기 힘든 상대인지 잘 안다"면서 "다른 강대국이 중동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