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한국전쟁 75주년 행사에서 강석희(오른쪽) 전 어바인 시장이 푸에르토리코 출신 참전용사의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미주 한인들이 함께 75년 전 ‘그날’을 기억했다.
25일 풀러턴 지역 힐크레스트 공원 한국전 참전기념비에서 6·25 한국전쟁 75주년의 의미를 되새기는 행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LA총영사관, 재향군인회 미서부지회, 미남서부지회, 6·25참전유공자회 미서부지회, OC 참전기념비위원회, 화랑청소년재단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행사에 참석한 미 육군 40사단의 후안 모라 총참모장은 “우리 부대는 1952~1953년 전투에서 376명이 전사했지만, 우리는 다시 부르면 반드시 응답할 것이며, 자유를 지키기 위해 또다시 함께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40사단은 한국전쟁 당시 주요 전투에 참여했을 뿐 아니라 가평고등학교를 건립한 부대다. 40사단 관계자들은 지금도 매년 가평고 졸업식에 참석하며 한국과의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기념비위원회가 특별히 초청한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도 참석했다.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 이스마엘 에레디아 토레스(97) 씨는 “한국전쟁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며 “당시 푸에르토리코 출신 전우들과 함께 한국을 위해 싸운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참전기념비위원회는 푸에르토리코 참전용사 후손 6명에게 각각 3000달러씩의 장학금을, 토레스 씨에게는 3000달러의 성금을 전달했다.
장학금 수상자 대표로 감사를 전한 알라니스 델가도 세오 씨는 한인 혼혈이라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할아버지는 먼 타국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며 “그 희생을 기억해줘서 감사하고 어머니가 한국인이라서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박윤숙 참전기념비위원회장은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한국이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참전용사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후손들에게 알려주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한인타운이 포함된 LA시의회 10지구 헤더 허트 시의원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허트 시의원의 부친인 고 도널드 허트(2007년 6월 6일 작고)가 6·25 참전용사이기 때문이다.
허트 시의원은 연설 도중 울컥하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말했다.
허트 시의원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살아계셨다면 지금 이 자리에 계신 참전용사들과 비슷한 연령”이라며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투지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허트 시의원은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배우며 자랐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서는 LA총영사관 관계자들을 비롯한 튀르키예, 캐나다, 태국 등 유엔 참전국 외교관들도 참석했다.
시난 쿠줌 튀르키예 총영사는 “우리는 미국 다음으로 많은 병력을 한국에 보냈다”며 “한국은 우리의 혈맹”이라고 강조했다.
이재학 6·25참전유공자회 서부지회장은 “우리와 함께 싸운 참전용사들에게 깊은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며 “이국 땅까지 와서 피를 흘린 우방 전우들의 희생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들의 고령화로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도 있었다. 참전용사인 로만 모랄레스(92) 씨는 “우리를 잊지 않아줘서 감사하다”며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은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말했는데 나 역시 지금 서서히 사라지는 중”이라는 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