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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 회원국들 '국방비 5%' 합의했지만, 달성까진 험난한 길

중앙일보

2025.06.26 00:06 2025.06.2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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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기로 공식 합의했다. 시한은 2035년까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치인지에 대해선 벌써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토 정상들은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나토 군사역량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나토 회원국은 핵심 방위 요소인 군 병력과 무기에 GDP의 3.5%를 지출하고, 1.5%는 사이버 안보와 네트워크 방어, 군용도로 건설 등 간접 군사비용에 지출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성명에 대해 “그 누구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역사적인 수치”라며 “미국, 유럽, 서구 문명의 승리”라고 즉각 환영했다. 또 “나는 (집단 방위원칙이 규정된) 나토 5조를 지지한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집단방위 5조 이행 여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다”는 모호한 답변으로 회원국들의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나, 자신이 요구한 국방비 5% 증액이 합의되자 말을 바꾼 것이다.

현재 5%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곳은 폴란드다. 폴란드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해왔다. 러시아와 인접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핀란드 역시 국방비를 서둘러 올렸다.

미국을 제외한 나토군(유럽 및 캐나다 합산)만 계산하더라도 병력 규모가 180만 명에 달해 중국(204만 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그러나 나토군이 미국의 지휘 없이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없는 나토군은) 최첨단 감시, 장거리 정밀 타격 능력, 첨단 방공 시스템, 최신 지휘통제 장비 등 현대전에 필수적인 역량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국방비를 5%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가 실제로 달성 가능한지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나토는 2014년에도 회원국들의 국방비를 GDP의 2%로 올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로 달성한 국가는 3분의 2가량이었다.
차준홍 기자

스페인의 경우 공동성명에는 서명하면서도 “5%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은 정말 끔찍하다. 그들은 유일하게 (국방비) 지출을 늘리지 않는 국가”라며 “스페인과 무역 협상을 하고 있다. 두 배로 관세를 내게 하겠다”며 보복을 선언했다. 벨기에·룩셈부르크도 목표 달성에 회의적인 태도라고 한다.

이번 공동성명에선 이전과 달리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러시아에 대한 규탄이 삭제되거나 대폭 축소됐다. 지난해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 자격을 포함한 유럽·대서양과 완전한 통합을 향한 불가역적인 길(irreversible path)을 걷는 것을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했으나 이번엔 “동맹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관한 (각국의) 변함없는 주권적 약속을 재확인한다”고만 했다.

우크라이나전 이후 항상 들어갔던 러시아에 대한 “강력 규탄”도 사라지고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장기적 위협”이라고만 짧게 언급되는 데 그쳤다.



박현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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